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공사 부지가 쓰레기장으로 전락, 주민들이 악취와 안전사고 우려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관리·감독 주체인 남구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13일 오후 남구 월산동 318번지 일대 아파트 신축공사 부지.

연면적 4만4천612㎡에 달하는 이 곳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대형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각종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었고 오래되고 부패된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악취가 심하게 났다.

좁은 길을 따라 공사장 부지 위쪽으로 올라가자 좌·우측에 흉물스러운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냈고 주변 곳곳에는 소파, 침대 매트리스, 항아리 등 다양한 쓰레기 더미가 널브러져 있었다.

또 건물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철골과 구조물 등도 버려져 방치돼 있는 등 마치 쓰레기 매립장을 연상케 했다.

음식물 쓰레기통에서나 날법한 악취가 사방에 진동했으며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일대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신축공사 부지로 아파트 565세대, 부대·복리시설 9개동 등이 건립될 예정이었지만 주택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인해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 곳 동네에서 37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이제 곧 여름도 다가오는데 심한 악취로 인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기 위해 공사장 주변을 지나다니다 보면 차량과 오토바이 등을 타고 와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민들끼리 남구청에 직접 찾아가 민원을 제기해 봤으나 처음에는 조금 들어주다가 무시해 버린다”며 “제발 쓰레기 좀 치워달라.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방치하다보니 외지인들의 불법 투기가 더욱 극성을 부리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그렇지 않아도 먹고 살기 힘든데 재개발이 중단되면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악취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다”며 “도시미관 저해는 물론 안전사고 발생도 우려되는 만큼 쓰레기 불법 투기 단속카메라 설치나 집중단속 구간 선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리 주체인 남구청은 지역주택조합 사업부지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남구는 불법 투기가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역에 대해 폐기물 관리부서와 가로환경 관리원 등으로 구성된 7개 단속반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 지역은 제외됐다.

이에 대해 남구 관계자는 “공사가 중단되고 부지가 넓다 보니 쓰레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공사장 주변이라 사람들의 통행이 적어 불법 투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관리가 미흡한 부분은 앞으로 조치를 취하겠다. 불법 투기 단속을 위해 감시 장비 설치를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아파트 신축공사는 최근 지역주택조합장이 새로 선정되면서 시공사 확정을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가 확정되면 공사는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조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