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배달이 급증하면서 배달 앱이 청소년 주류 구매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누구나 성인 인증 절차만 거치면 손쉽게 주류 구매가 가능한데다 비대면 상황 속에서 신분증 확인도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청소년 주류 판매에 대해서는 업주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광주 광산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A(50)씨는 최근 황당한(?) 컴플레인을 받았다.

자신이 청소년에게 치킨과 함께 맥주를 제공했다며, 학부모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배달 앱을 통해 성인 인증을 거친 주문자의 요청에 따라 치킨 한 마리와 맥주 4병을 판매한 것이 화근이었다.

해당 주문의 배달 과정을 확인한 결과, 배달원이 ‘문 앞에 두고 가세요’라는 배달요청 사항에 따라 신분증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됐다.

치킨을 시킨 고등학생이 성인인 형의 배달 앱 아이디를 이용해 주문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실제로 배달 어플에 들어가서 주문을 진행해 보니, 간단한 성인 인증만 거치면 쉽게 주류를 주문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한 번 성인 인증을 거친 다음 자동로그인이 돼 있으면 미성년자여도 지속적으로 성인인 부모나 형제·자매의 아이디로 주문이 가능한 것이다.

또 거리두기 방침으로 고객이 ‘비대면 배달’을 요청하면 배달원도 이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누가 주류를 구매했는지 조차 확인할 수 없어 난감한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조모(44)씨는 “코로나 침체 시기에 배달 앱을 사용해 그나마 입에 풀칠을 하게 됐지만, 주류를 포함한 주문의 경우 혹시나 청소년에게 판매되진 않았을 까 우려되기도 한다”면서 “배달 앱의 성인 인증을 믿고 주류를 제공한다지만, 추가적인 앱상의 인증과 부모들의 선도 교육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초·중·고생 1만5천명 중 11.7%가 술을 대리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32%가 구매방법을 ‘배달음식’으로 꼽았을 정도로 배달 앱을 통한 청소년의 주류 접근이 쉬운 실정이다.

배달 앱의 성인 인증 절차의 헛점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주류를 배달할 때는 전달 시점에 미성년자 여부를 재확인 해야 한다는 규정도 생겼다.

하지만, 청소년 주류 판매로 인한 처벌은 고스란히 업주와 배달 종사자에게로 전가돼 아이디 도용 문제에 대한 청소년 처벌 등 세부적인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집합금지 단속으로도 인력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면서 “일일이 배달 앱을 통한 주문과 업주·배달종사자에 대한 청소년 주류 판매를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주류를 판매해 적발된 음식점주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 시 3개월, 3차 위반 시 영업소 폐쇄 처분을 받는다. 또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