路(로)
최낭

서글퍼라 동서로 이리저리 난 길이여
끝내는 얼 것이니 기약하지 못함을
그 누가 알리오 마는 그리운 이 생각을.
戚戚東西路 終知不可期
척척동서로 종지불가기
誰知一回顧 交作兩相思
수지일회고 교작양상사


길의 모습은 여러 가지가 있다. 헤어지는 길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오늘의 만나는 길이 내일엔 다시 헤어지는 길이 되기 일쑤다. 시인은 이런 길을 아쉽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임이여! 어서 가시는 듯 도셔오소서라고 외쳤을 지도 모른다. 떠나는 뒷모습을 붙잡지 못해 멍하게 살피는 수도 있고, 어디까지 따라 나서면서 전송하기도 한다. 누가 알리오, 한번 되돌아 살펴보면, 서로의 그리운 생각이 마주 엉킨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끝내는 알리라, 우리 만날 기약 못하는 것을(路)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최낭(崔娘)으로 조선 선조 때의 여류시인으로 알려질 뿐 행적은 알 수 없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서글퍼라, 이리저리 난 여러 길이여! / 끝내는 알리라, 우리 만날 기약 못하는 것을 // 누가 알리오, 한번 되돌아 살펴보면 / 서로의 그리운 생각이 마주 엉킨 것을]이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이리저리 난 길을 보며]로 번역된다. 시제는 [길]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는 상징적인 길일 뿐, 사람이 생활을 하기 위해 걷는 여러 길을 뜻하고 있어 보인다. 시인이 지금까지 걸었던 길이 많은 시간이었음을 알 수 있겠다. 이런 길도 걸어보고 또한 저런 길도 걸어보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가는 길에 대비하면서 또 다른 길도 걸었으리.

시인은 지금까지 걸었던 여러 길 중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했음을 떠올리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서글퍼라, 이리저리 난 여러 길이여! 라는 탄식과 함께 끝내는 알 수 있으리라고 단정하면서 우리 만날 기약을 못하는 것 어찌 알 수 있겠는가를 묻는다. 다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기약을 할 수 없다는 서글픈 시상의 한 대목이다.

화자는 이리저리 서로가 엇갈린 길이지만, 누가 차마 알 수 있으랴 라는 선경에 이어 다시 되돌아본다는 시상을 가다듬으면서 후정을 다듬어 놓았다. 누가 알 수 있을 것인가, 한번 되돌아 살펴본다면 서로의 그리운 생각들 마주 엉킨 것이란 마침표를 찍지 못하게 된다. 길이 다르지만 서로가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정의 한 마디다.

※한자와 어구

戚戚: 서글프고 서글프다. 東西: 동서, 여기서는 여러 곳을 뜻하고 있다. 路: 길. 여기선 인생의 길임. 終知: 끝내는 알다. 결국은 다 알다. 不可期: 기약을 할 수 없다. 만날 수가 없다. // 誰知: 누가 알 수 있으리오. 一回顧: 한번 되돌아 보다. 交作: 마주 엉키다. 兩相思: 서로의 생각하는 마음.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