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영화보기를 즐겨하지 않는 필자이지만, 그래도 서부영화는 좋아하는 편이고, 그러다 보니 외국의 영화배우 중 뚜렷이 이름을 외우고 있는 경우는 존 웨인과 크린트 이스트우드 정도이다. 오직했으면 젊었던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지역을 여행했을 때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市長)을 지냈다는 해안가의 조그마한 소도시 ‘카멜’을 일부러 찾기까지 했겠는가.

많은 영화를 봤지만 지금까지도 얼른 뇌리에 떠오르는 영화가 ‘OK목장의 결투’이다. 서부 영화란게 내용이야 다들 비슷하지만 우선 영화제목이 스마트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법무부 청사가 있는 과천과 검찰청사가 있는 서초동 일대를 무대로 마치 ‘OK목장의 결투’를 연상시키는 두 사람 간의 혈투가 전개되었다. 서부영화의 일반적 스토리 전개는 악당들이 판을 치는 곳에 건맨(Gunman)이 등장하여 악당들을 쓸어버리고 유유히 말을 타고 그곳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 되고 관객들은 그 장면에 환호하게 된다.

이번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었던 과천과 서초동 간의 대결을 그 영화에 빗대어 보면 서초동은 무법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이고, 그곳에 뛰어난 ‘여성 총잡이’(Gunwomen)가 나타나 그곳의 두목을 쓰러트리고 유유히 떠나는 장면으로 오버랩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부영화에도 정의(正義)의 사도 건맨이 악당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적지 않게 죽어가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스토리의 전개에서는 단지 엑스트라일 뿐이고, 관객들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

이번 과천과 서초를 무대로 전개된 결투에서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추(秋)와 윤(尹)이라는 두 주연배우에게만 집중되었다. 한 사람은 현직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검찰총장으로 여권인사가 분명한데도 야권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코미디 같은 현상이 지속되기까지 한다.

어떻든 ‘과서목장의 결투’는 이제 1라운드가 끝났을 뿐으로 2라운드가 없는 서부영화와는 달리 행정법원에서 곧바로 2라운드가 시작될 전망이다. 어디 그뿐인가. 악당을 쓰러트린 뒤에는 유유히 그곳을 떠나는 건맨과는 달리 과서목장의 건우먼은 잠시 떠날 듯 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문제는 두 사람간의 결투가 두 사람만의 문제로 귀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서로 갈등하고 심지어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게 되면 살의(殺意)가 느껴진다고까지 한다.

또 국민들 역시 싸움판에 끼여 내편네편으로 갈등양상을 나타낸다.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해서도, 어려워진 경제회생을 위해서도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터인데 사무실의 동료 간에도, 심지어는 부부간에도 추(秋)·윤(尹) 중 누가 옳은가를 두고 얼굴을 붉힌다고 한다.

병상은 부족해지고 의료진의 피로도는 높아만 가는 상황에서 정부를 중심으로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여도 부족할 판에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인 검찰개혁을 두고 벌인 혈투의 후유증이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과연 법(法)과 여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