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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설 몇 마디) 김종 시인

2020. 11.23. 18:40:02

가을은 확실히 무언가를 사색에 잠기게 하는 계절은 아닐까.

▲시 ‘본성’은 “오늘도 허망 중에 헤매는 나를” 보며 내려가는 길을 지척에 두고도 이것저것 따지면서 지내온 지난 시간들을 자성自省의 언어로 노래한 작품이다. 세상을 살아가자면 때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말에서 떨어지는 ‘낙마법’도 있고 자신을 지키는 ‘보호색’도 있다. 작품 속의 화자도 자신을 두고 덜렁댔던 시간들을 고백하고 심성은 반듯한데 취중이라고 객기를 부리거나 내려놓을 때가 됐는데도 잔잔한 마음자리와 포근한 대화의 장소만을 찾았던 지난날의 미련 많은 세월을 자성의 언어로 요량하는 화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시 ‘바람은 그대’는 세상에 ‘바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바람은 물리적으로는 ‘대기의 움직임’이지만 심성의 세계로 옮기면 ‘내 마음’에 들어온 ‘그대’로 치환된다. ‘그대’는 시인의 상상 중에 어지럽게 하기도 하고 잠 못 들게도 하고 떠나버리기도 하고 그러다가 해 질 무렵이면 슬그머니 한 보따리의 시간을 풀어놓고 노크도 없이 ‘내 가슴에 파고’ 드는 떨칠 수 없는 대상으로 드러난다. 그에 비해 화자인 ’나‘는 상대한 그대가 모진 돌로 가슴팍을 내리쳐도 아프단 말 한마디 못 하는 ’바보‘임에 이르러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시 ‘가슴 속 해일’은 세상을 열혈적으로 살았거나 용광로 같은 사랑을 체험하지 않고도 작품의 심정적 감도가 고스란히 전해오는 작품이다. 기다림과 그리움은 본능에 연유하거나 생래의 물질이기도 하여 만져보면 뾰쪽한 바늘 같은 감각이 느껴지고, 화덕 같은 기운에다 그리움을 끓여내는 아궁이 만들어 바삭바삭 숯덩이를 구워내고, 유리조각을 다듬어내는 짓거리였던 것을 한번쯤의 휴지(休止)를 마련하고 “그래, 사랑은 이런 거야!”라며 그간의 일들을 뒤돌아보는 화자의 가슴은 지금도 여전히 해일처럼 일렁이는 것일까.



▲수필 ‘월봉댁’은 왠지 작품의 시작부터가 윤호영의 ‘달밤’이나 ‘방망이 깎는 노인’이 연상되는 짙은 서정성이 물큰거리는 작품이다. 화자가 월봉댁에 대한 선입견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달밤이라는 시간설정이 장히 절묘하다. 그리고 “대낮같이 번하던 달빛이 그 집 앞에 이르자 깜깜해지는” 느낌이던 화자가 술떡을 건네고 받아온 보름달만한 박이나 광주리 속의 달을 이리저리 굴리며 집에 돌아와서는 답답한 속을 달래려고 소금쟁이처럼 내내 마당을 감돌고 있다. 그러다가 다시 문이 닫힌 외딴섬 같은 그 집을 올려다보았을 때도 월봉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는 짤막하지만 수필의 향기가 후끈 달아오른 독서였다.

광주매일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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