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의 청담직필]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을 보고
2020. 11. 02(월) 18:40 가+가-

본사 사장·시인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2020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이 지난 1일 폐막식을 끝으로 4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코로나19로 외국작가들이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속에서 대부분의 행사가 소수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지만 아시아의 문학지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필자는 개막식에 초대되어 대회조직위원장인 한승원 소설가를 비롯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을 가까이서 대면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또한 미국, 중국, 파키스탄, 우주벡 등에서 개막식에 온라인으로 소감을 전한 외국작가들의 생생한 표정과 음성을 들으며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이 지닌 중량감과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스크린을 마주한 채 랜선으로 펼쳐지는 행사는 다소 정적인 모습이었으나 이미 우리가 디지털시대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20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의 주제는 ‘아시아의 달(Moon of Asia)’, 부제는 ‘아시아문학 100년-신화와 여성’이었다.

달을 주제로 정한 것은 아시아의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농경사회를 영위해온 아시아는 달의 주기를 기준으로 만든 음력을 사용해왔다. 또한 “달은 어둠을 밝히는 신화적인 존재이다. 고난의 삶을 사는 집시들이 달 아래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축제를 벌여왔듯이, 박해받는 자들이 달을 보고 슬프게 절규하며 민주와 평화를 갈구했듯이 아시아의 달과 아시아의 여성들이 어떻게 야만적인 폭력 속에서 사람이 살아갈만한 가치있는 삶, 평화를 꿈꾸었는가를 담론으로(취지문에서)” 펼치기 위함이다.


아시아가 중심이 되는 참된 문학

특히 한승원 위원장의 개회사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아시아 각국의 문학은 식민 지배로 인하여 깜깜한 엄동설한의 밤 같은 삶 속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폭력에 대한 저항과 자유 평화의 염원을 기록해왔습니다. 세계문학사는 유럽문학을 중심으로 쓰이고, 유럽문학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우리가 이 문학페스티벌을 펼치는 것은 아시아가 중심이 되는 참된 문학을 찾아 기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주제를 관통하는 다채로운 행사로 채워졌다. 김태원 서강대교수와 이화경 소설가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물론이거니와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국을 빛낸 한강 소설가와의 특별인터뷰, 창작공연 ‘전쟁의 슬픔’과 ‘슬픔과 씨앗’, ‘포스트 코로나와 문학’, ‘신화와 여성’을 주제로 한 아시아문학포럼, 아시아작가와의 만남, 두명의 작가가 만나 서로의 작품을 낭독하는 크로스낭독, 작가토크, 공연 등 그야말로 풍성한 잔치를 만들었다.

또한 가장 하이라이트인 제3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의 영예는 소설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를 쓴 방글라데시 작가 샤힌 아크타르(Shaheen Akhtar)에게 주어졌다. 아시아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아크타르의 이 작품은 여성의 눈으로 전쟁의 참상을 다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루트 클뤼거, 마르타 힐러스 등의 저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그러나 유럽인인 그들의 저작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아시아 여성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반영된, 우리 시대 최고의 페미니즘 전쟁 다큐 소설”이라고 평했다.

필자는 아쉽게도 이 주옥같은 프로그램을 사정상 유튜브 라이브로 접하지 못했다. 앞으로 주말을 이용해 아시아문화전당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한편 한편 감상할 계획이다. 또한 개막식에서 선물로 받은 3권의 두툼한 책자(아시아문학 120년사,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작품집, 에세이집)를 틈틈이 읽어볼 예정이다.


광주에 대한 담론 부족 ‘옥에티’

아시아문화전당이 광주에 닻을 내린 것은 폭력에 대한 저항과 자유 평화의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 5·18 40주년을 맞아 열린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그러한 ‘광주정신’을 아시아 각국 문인들에게 더욱 뚜렷히 각인시킨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행사에서 광주에 대한 탐색이 옅은 점이 ‘옥에티’라고 생각한다. 주제에 걸맞게 오월 여성의 희생과 한(恨), 그리고 일제강점기 방직공장 여공들의 눈물겨운 노동착취가 담론으로 조명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불구 2020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야심찬 기획과 짜임새 있는 진행으로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은 유리벽을 뛰어넘어 아시아 문화 발신기지로서 손색없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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