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이런 물난리는 처음”…주민들 ‘망연자실’
사상 초유 물폭탄에 광주 도심 곳곳 생채기
한순간에 보금자리 날아가…지하주차장 60여대 침수
영산강변 사설 납골당 유골함 1천800기 통째로 물잠겨
2020. 08. 09(일) 19:36 가+가-

범람 위기 맞은 광주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 7일 오후 서구 양동복개상가 인근 광주천 태평교 수위가 교량까지 올라 거센 물살에 휩싸여있다./김애리 기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물난리는 처음 봅니다.”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한바탕 물난리를 겪은 주민들은 그야말로 ‘악몽’의 나날이었다고 털어놨다.

이틀 사이에 무려 511㎜에 달하는 물 폭탄이 광주 전역을 강타하면서 도심 곳곳의 도로와 주택, 상가가 침수되거나 부서지는 등 평온했던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한때 광주천은 범람 우려로 주변 통행이 통제되고 인근 상인들의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지역 주민들은 폭우로 가려졌던 하늘을 바라보며 한순간에 보금자리가 사라졌다는 마음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9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폭우로 인한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주차장은 전날 집중호우로 신안교가 범람하면서 차량 63대가 물에 잠긴 곳이다.

이틀째 배수 작업에 나선 북구청 직원 등은 이 아파트 101-102동 사이 지하주차장과 102-103동 사이 지하주차장 양쪽에 양수기를 동원, 빗물 빼내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물에 잠긴 일부 차량이 보인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아파트 주민들과 차주들은 피해 현장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이미 오랜 시간 물에 잠긴 탓에 부식은 물론, 습기로 인해 고장을 피할 수 없는데다 차 외부는 진흙으로 뒤범벅이 됐고, 차 내부 역시 흙탕물로 가득 차 있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침수 당시 목격자인 박모(55·여)씨는 전날 오전 6시께 빗물이 폭포수처럼 지하주차장으로 밀려들어왔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102동과 103동 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빼라는 방송이 나가 주민들이 허겁지겁 차를 외곽으로 옮기려 했으나, 이미 101-102동 사이 주차장에 밀려온 빗물이 102-103동 사이 주차장으로까지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차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물이 차오르자 차주들은 급히 차에서 내려 대피했고, 101동 바로 옆 기계실은 오전 7시께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전기가 끊겼다고 했다. 이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에 임시 마련된 샤워시설과 화장실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박씨는 “폭우로 인해 이렇게까지 빗물이 차오른 건 처음 본다”면서 “우리 집 차량 역시 물에 잠긴 지하주차장 안에 있고, 차를 산지 10일도 안됐는데 너무 속상하고 답답하다. 누구한테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폭우와 불어난 강물로 영산강변에 자라힌 북구 동림동의 한 사설 납골당에서는 유골함 1천800기를 안장한 지하 추모관이 천장까지 통째로 잠겼다.

이날 이 곳에서는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유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언성을 높였다.

폭우로 침수 피해가 난 광주 북구 동림동 한 사설 납골당에 9일 유골함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려는 유가족이 모여 있다.


납골당 운영 주체가 침수 직후 유가족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가 전날 오후 9시께에야 “정전으로 연락이 늦었다.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만 남겼기 때문이다.

이 납골당은 전날 오후 6-8시 사이 지하층에 자리 잡은 납골당의 환풍기를 통해 빗물 등이 흘러들어오면서 1천800기 납골묘가 모조리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 100여명은 전날 밤부터 납골당 입구에 모여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이날 새벽부터 물을 빼내기 시작하자 정오 무렵 지하층의 3단 납골묘까지 수위가 낮아졌으며, 직접 물 빼기 작업에 힘을 보탠 일부 유가족은 유골함을 손수 챙겨서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유골함을 수습한 한 유가족은 밀봉상태가 유지돼 흙탕물이 용기 안까지 스며들지는 않았다며 다른 유가족을 안심시켰다.

북구 관계자는 “전날 오후 8시30분께 침수피해 상황이 접수됐고, 이날 새벽부터 양수기를 비롯한 살수차 등을 동원해 물을 빼냈다”며 “유골함 안전 이송 및 질서를 위해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고, 물이 빠지면 유골함 재화장 후 재봉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환준 기자
최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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