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우리는 광주의 잔혹한 학살과 처절한 항쟁을 현장의 안팎에서 겪었다. 그것은 정신적으로 빛과 어둠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교차한 사건이었다. 이후에 우리는 마치 신들린 것처럼 광주항쟁의 빛으로 시를 보았고 시를 통해 광주항쟁을 보게 되었다. 그러한 공감대로 동인 활동을 시작한 우리는 1981년에 5월시 제1집을, 이듬해에 제2집을 공적인 출판사도 아닌 곳에서 은밀히 찍어 대학가 서점에 위탁해 유통시켰다
-5·18민주항쟁 40주년 기념 ‘5월시 판화전에 부쳐’ 中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시를 통해 알렸던 ‘5월시동인’이 26년 만에 다시 뭉쳤다. ‘5월시 판화전’을 통해서다.

5월시동인과 오월문예연구소는 5일부터 오는 25일까지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5월시 판화전-마침내 하나로 끌어안는 흙가슴이 되어’전을 마련한다.

이 전시는 시인과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 서예가 등이 참여한다.

전시에는 5월시동인 강형철, 고광헌, 곽재구, 김진경, 나종영, 나해철, 박몽구, 고(故) 박주관, 윤재철, 이영진, 최두석 시인의 시 22편과 초대시인 김준태, 김희수, 이상국 시인 등 24명의 시가 내걸린다.

시 46편과 함께 화가 고근호, 김경주, 김봉준, 김희련, 이상호, 이준석, 전정호, 조진호, 주홍, 홍성담, 홍성민 등 19명이 참여해 신작 판화를 선보인다. 여기에 세종손글씨연구소에서 작업한 손글씨도 함께 한다.

전시를 열기 전 시인들은 각자의 시를 판화를 제작하는 화가들에게 전달하고 시와 연관된 작품을 의뢰했다.

앞서 1983년과 1986년, 두 차례에 걸쳐 시와 판화를 엮어 선보인 바 있다. 1983년 여름 광주아카데미미술관에서 연 것이 시초로, 문학과 타 장르의 연계를 모색하면서 5월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열었다. 1986년에는 교육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 된 ‘민중교육지’ 발간으로 주옥된 김진경, 윤재철 동인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5월시 판화시집 ‘빼앗길 수 없는 노래’를 출간한 바 있다. 이후 1994년 현황을 점검하듯 동인시집 제6집 ‘그리움이 끝나면 다시 길을 떠날 수 있을까’를 간행한 이후 이들의 활동은 기약없이 중단됐다.

그때의 맥을 잇는 것이 바로 5·18 4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 전시다.

전시에선 1983년 첫 ‘5월시 판화전’ 당시 선보였던 김경주 작가의 판화 2점, 조진호 작가의 판화 1점과 나종영, 곽재구, 최두석 시인의 시도 함께 내걸린다.

전시와 함께 5월시동인은 그동안 발간한 동인시집 6권과 판화시집 2권을 재출간하고, 신작시를 모아 제7집 ‘깨끗한 새벽’을 출간했다. 1994년 제6집 발간 이후 26년 만이다.

나종영 시인은 “동인은 물론 동료 시인, 화가들과 호흡을 맞춰 ‘5월시 판화전’을 열게 됐다”며 “이 행사는 그동안 각자 구축해 온 시와 판화들을 모아 그것이 던져주는 시대성과 미학성을 탐색해 보는 유의미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시 오픈식은 오는 8일 오후 4시 5·18기록관 전시장에서 진행되며, 시전집 출판기념회도 겸해 열린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