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마흔 아홉 번 째 괘는 택화혁(澤火革)이다. ‘혁’(革)은 ‘혁신(革新)하다, 개혁(改革)·개선(改善)하다’는 뜻이고 ‘짐승가죽으로 그 털을 제거하고 다듬는다’고 해 ‘수피 기모치거’(獸皮 其毛治去)라고 말한다. 짐승의 털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빠져 털갈이를 한다. 그래서 혁괘의 오·육효의 괘사에서도 ‘호변(虎變), 표변(豹變)’이라 하고 있다. 내괘의 이(離)는 여름이고 외괘의 태(兌)는 가을이다. 여름에 무성했다가 가을에 쇠퇴해 가는 것은 자연의 이법(理法)이다. 한서(寒暑)가 바뀌는 때에 털갈이, 깃털갈이를 해 모양을 새롭게 하는 것이 혁(革)이다. 이렇듯 혁은 새롭게 하는 것이지만 그 새로움은 옛날의 모습에 가(加)하는 것은 아니고 먼저 옛날 것을 제거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 다음에 새로운 모습으로 생겨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혁의 움직임은 새롭게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옛날 것을 제거하는 것이 먼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털이 빠지고 새로운 털이 나오는 것을 사람의 육안(肉眼)으로 확인하기에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이를 잘 믿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현상이든 사람의 일상이든 변혁(變革)이 실제로 눈앞에 보일 때까지는 믿지 않으려 하고 혁신을 할 때는 확실히 새롭게 하지 않으면 옛날 그대로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변혁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믿지 않으면 잘 진행되지 않는다. 이를 단사(彖辭)에서 ‘이일내부’(已日乃孚)라 해 ‘이미 하루하루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의 정괘에서 우물은 퍼내도 끝이 없는 것이지만 오랜 기간 동안 우물물을 먹고 뚜껑을 덮지 않으면(井收勿幕) 우물 위쪽에 여러 가지 더러운 것들이 떨어져 낮은 바닥에 쌓이면 우물을 청소할 수밖에 없으니 이것 역시 ‘혁’(革)인 것이다. 그래서 서괘전에서는 ‘우물의 도는 가히 고치지 않으면 불가하다. 그러므로 정괘 다음에 혁괘로 이어 받는다’해 ‘정도 불가불혁 고 수지이혁’(井道 不可不革 故 受之以革)이라 했다. 이렇게 혁은 오래 돼 쓸 수 없게 된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진보를 계획해 나가면 바로 ‘원형’(元亨)한 것이고, 결코 사악한 길로 탈선하면 안 되는 것이다. 예컨대 호랑이 털이 빠지고 여우털이 새로 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이를 옳고 바르면 이롭다 해서 ‘이정’(利貞)이라 했다.

혁괘의 상하괘 간의 관계를 보면 상괘는 일음이 이양을 누르고 있어 기뻐하는 태괘로 보수적이고 골치 아프다. 하괘는 안정되고 자족(自足)해 상층부의 일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상층부가 망하면 전체가 잘못되니 하층부는 상층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일어나 확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 ‘혁괘’(革卦)라 한다. 정치적인 문제라면 혁명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상하괘 간의 상을 보면 표범이 변해 호랑이가 되는 표변위호지과(豹變爲虎之課)의 뜻이 있고, 썩은 것을 혁신해 밝게 빛나게 하는 부혁형화지상(腐革螢火之象)이며, 옛것을 개선해 새로운 것을 따르는 개구종신지상(改舊從新之象)이고, 금을 팔아 새로운 물건을 사는 매금매물지의(賣金買物之意)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혁 괘사는 ‘혁, 이일내부 원형이정 회망’(革, 已日乃孚 元亨利貞 悔亡)이다. 즉 ‘혁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일 내에 변혁을 추진하면 사람들의 이해와 믿음을 얻어 크게 형통하니 정도를 지키면 이롭고 후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단전(彖傳)에서는 혁이라는 것이 옛것을 없애고 새롭게 개혁하려는 것이라는 잡괘전(雜卦傳)의 견해와는 달리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 서로 경쟁해 변화가 생기는 관점에서 인사(人事)의 혁을 해석한다. 즉 화택규를 역위(易位)한 것으로 보아 태(兌)의 수(水)와 이(離)의 화(火)가 서로 양립하지 못하는 성질이 있으니 마음이 맞지 않는 중녀와 소녀의 두 여자가 동거해 서로 다투고 있다. 규괘(睽卦)에서는 규반(睽反)하면서도 상승하는 이(離)가 위에 있고 하강하는 태(兌)가 아래에 있어 반목(反目)하는 것을 멈췄지만, 혁괘(革卦)에서는 그 위치가 바뀌어 염상(炎上)하는 이화(離火)가 침하(沈下)하는 태수(兌水)와 충돌하고 있어 이화가 태수를 말리든지 태수가 이화를 소멸시키든지 어느 한쪽을 개혁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단순히 오래됐으니 새로운 것으로 변화된다는 것이 아니고 자연의 추이(推移)에 따라 여름에 무성했던 것이 가을의 냉기(冷氣)를 능가하지 못하고 변화되는 것과 같이, 인사의 변혁 역시 신구(新舊)의 대립에서 결과가 된 것이다. 이것은 옛날 것이 존재의 사명을 다해서(已日) 새로운 출발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리를 바탕으로 자연의 혁(革)에 사시(四時)의 변화가 있고 국가 왕조의 흥망성쇠 즉 탕왕(湯王)이 걸왕(桀王)을 죽여 하(夏)나라를 멸하고 무왕(武王)이 주왕(紂王)을 죽이고 주(周)의 천하로 만든 것은 마치 여름에서 가을로 변하는 필연의 변혁이고, 천명에 따라 만민이 바라는 바에 응한 것이 정치국가의 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혁명을 해야 신뢰한다’고 해 ‘이일내부혁이신지’(已日乃孚革而信之)라 했고 문명은 이화, 열(說)은 태의 괘덕이다. 이를 종합해 단전에서는 ‘혁은 수화가 서로 죽이고(息) 이녀가 동거해 그 뜻을 서로 얻지 못한다. 왈(曰) 혁은 이미 혁명을 해야 믿는 것이다. 문명으로써 기뻐하고 바름으로써 크게 형통하다. 혁은 마땅해 그 후회가 없고 천지가 혁신해 사시를 이루니 탕무혁명과 같다. 손조롭게 하늘이 사람에 호응하니 혁의 시의는 크다’고 해 ‘혁수화상식 이녀동거 기지불상득 왈혁 이일내부 혁이신지 문명이열 대형이정 혁이당 기회내망 천지혁이사시성 탕무혁명 순호천이응호인 혁지시대의재’(革水火相息 二女同居 其志不相得 曰革 已日乃孚 革而信之 文明以說 大亨以正 革而當 其悔乃亡 天地革而四時成 湯武革命 順乎天而應乎人 革之時大矣哉)라 말했다. 상전에서는 ‘택중에 물이 있는 것이 혁이니 군자는 역을 다스리고 사계에 응할 때를 명확하게 한다’고 해 ‘택중유화혁 군자이치역명시’(澤中有火革 君子以治曆明時)라고 했다.

서죽을 들어 혁괘를 얻으면 먼저 진(震)의 그릇 안에 건(乾)의 금(金)을 싣고 종혁(從革)하는 상이고 금을 녹여 물건을 만드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아가 가족의 대를 잇는 장남이 이미 일가의 중심이 되는 연령으로 성장해 지금까지 부(父)의 방침이 시세(時勢)에 맞지 않는 것을 변혁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가(一家)의 운기(運氣) 운세 등에서는 평온하기보다는 변혁의 시끄러움이 있다. 또한 혁괘는 화풍정(火風鼎)괘를 거꾸로 놓은 괘이니까 정(鼎)에는 위치가 굳어버린다는 의미가 있고 정괘가 거꾸로 되어 뒤집어진 것이니 다시 똑바르게 하는 고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모든 점에서 내막(內幕)이 정리되지 않아 문제가 있고 이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며 개혁을 해서 성공시켜야 한다. 처음에는 개혁하기 어렵지만 끝에 가면 쉬어지니 성급하면 실패하고 끈기 있게 하면 통달한다. 혁괘는 ‘옛 것을 없애버리는 고거(故去)’의 뜻으로 모든 것에 사람의 교체가 있다. 즉 옛사람은 해고되고 새로운 사람이 채용되거나 전직 전업하거나 거래처의 회사를 바꾸거나 독립해서 목수를 하다가 큰 하청 일을 한다거나 집을 팔지 않고 리모델링하여 남쪽을 보던 것을 동쪽으로 향하게 한다거나 지금까지 거주만 하던 집을 가게로 하는 등 이러한 일들을 통하여 좋을 일이 있을 때이고 청탁하는 일이 많다. 소망, 원하는 바 등은 지금까지는 끝을 보기 어려웠지만 그것은 방침이 틀렸으니 이제 모양 등을 바꾸면 통달할 수 있는 때이다. 담판 교섭 등도 급하게 하지 말고 기회가 무르익는 오효의 때를 기다리면 성공하고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다. 혼인은 개혁 개선하는 것이니 좋지는 않으나 재혼하는 경우에는 아주 길점이다. 잉태는 초기에는 좋지 않으나 임산에는 새로운 것이 태어나니 안산(安産)이다. 물가나 주식 등은 변동이 많은 때로 지금은 높아서 나중에는 내려간다. 기다리는 것은 도중에 변화가 생겨 예정, 약속대로 되지 않고 가출인은 이녀동거(二女同居)로 불화하는 가정상황을 살펴야 하며 실물은 옛날 것은 없어지므로 찾기 어렵다. 병은 폐와 심장이 관련돼 있는 병으로 폐와 심장이 약해져 위독해지는 흉점이다. 날씨는 바뀌므로 하괘에 이화의 해가 있어 바로 비가 오지는 않고 가물은 하늘에서 이괘를 얻으면 비가 오고, 비가 오는 중에 이괘를 얻으면 맑아진다고 본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 062-654-4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