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윤은 독창적인 예술양식으로 글로벌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광주의 젊은 작가다. 광주와 북경을 오가며 창작활동에 전념을 하고 있다.

최근 그는 역사적 사건을 형상화시키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예술가는 ‘역사 앞의 증언자’로, 그의 작품은 예술가적 책무를 다 하려는 소명의식이 적극적으로 작동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에게서 이러한 변화가 읽혀지고 해석되는 것은 2017년 이후 작품에서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X세대’, 불안과 정의로운 역사관
‘X세대’는 1990년대 중·후반 IMF 고통과 후유증으로 불안한 현실 속에 그들의 미래는 어두운 미로 속으로 한없이 추락해야 했다. 그들은 사회적 경제적 불안한 환경 속에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가득했고 최소함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려 했다. 그리고 그들은 사회와 기성세대에 도덕성과 공정성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거친 현실에 잡초처럼 강하고 질겨 마치 반항아처럼 보인다.

신호윤은 이러한 ‘X세대’의 기질과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사회나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아나 이상주의자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냉혹한 현실에 적응하는 현실주의자로 반항아적 기질은 오히려 예술가로 창작활동에 장점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그의 가슴에 품은 비수의 날카로움은 새로운 예술양식의 창조로 냉혹한 미술시장에 적응력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대학졸업 후, IMF 후유증으로 집안 가세는 기울어져 부채까지를 책임져야 했던 어두운 현실 속에 미래의 청사진은 생각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당당하게 현실에 맞서면서 예술을 위한 희망의 드로잉을 게을리하지도 않았다. 그는 한때 미술재료를 구입할 여유가 없어 파지를 모아 종이 작업을 시작했던 계기가 오늘의 종이 레이어(Layer)로 화려하게 다가오게 됐다.

이제 신호윤의 예술에 관심은 역사와 시대 앞에 예술가적 무거운 책무를 비켜가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려 한다. ‘그럼 과거의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았을까?’라는 많은 이들도 의구심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과거 작품에 대한 보다 치밀한 분석과 평소 언행에서 정의로운 역사관과 시대를 바라보는 가치관에 대한 건강성을 읽어낼 수 있다.

과거의 작품을 분석해보자면 양식적으로는 다양한 재료로 순수미학을 추구했었다고 볼 수 있겠으나 ‘본질’이라는 작품 명제를 사용하면서 역사적 또는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형상성에서 있어 은유적이고 상징적 미학어법으로 역사와 시대성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일상에서도 매사에 정의롭고 당당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예술적 성향은 최근에 들어서 점차 세련미를 더하면서 발현돼 가고 있다고 본다.


▶종이 Layer,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다
2005년 양산동 시절에 신호윤은 각별하게 아끼던 사촌 여동생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는다. 각별했던 관계인지라 그는 고인에게 헌사를 위한 종이수의(壽衣) 작품을 제작해 그해 ‘설정-命’라는 명제로 발표를 한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이 그에게 첫 종이작품이 됐다.

첫 종이작품의 긍정적 평가는 큰 희망으로 이어졌으나 종이작업은 물성과 특성의 한계가 있었다.

첫 번째 문제로 대형화에 대한 어려움과 또 다른 하나는 재료의 영구성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두 가지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제작방법과 대안의 재료를 찾아야만 했다. 종이를 이어 붙이는 수작업의 보안과 기름종이(트레싱지)와 코팅이라는 대안을 찾았으나 이 또한 영구적이지 못해 새로운 재료에 대한 조사와 실험을 반복하고 있다.

‘본질은 없다’(종이 위에 우레탄 코팅·2018)

최근 작품을 보면 작품의 영구성 문제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성과를 일궈 냈다. 특히 ‘불상시리즈’와 ‘피에타’ 등의 ‘우레탄 클리어’ 기법이 그것이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그의 작품을 장인의 노동과 이미지의 모방(불상시리즈)이라는 이유로 공예장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그의 예술을 양식적 측면에서 보는 결과다. 현대미술에 있어 장르가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그의 예술이 시대정신과 철학적 담론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가? 예술가적 혼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현대미술의 경우 간혹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미술은 양식과 재료에 무엇보다도 많은 고민과 실험을 통해 경쟁력으로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 갖는다. 즉, 현대미술은 내용과 형식미학 외에도 작품이동, 편의성, 영구성 등은 작가에게는 매우 주요한 덕목으로 강조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미술은 간혹 강한 양식적 이미지에 의해 내용은 휘발돼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춰볼 때 한동안 신호윤의 종이 레이어(Layer)라는 기발한 양식은 내용을 지배하고 말았던 사례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현대 트렌드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읽어냈던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공간을 장악하는 ‘군도’와 ‘빅 브라더’

‘군도-섬’(종이·250×600×1500㎝·2018)

지금까지 신호윤의 대표작으로 손꼽는 ‘군도’는 시각적으로 붉은색 종이로 제작된 대형 인간형상으로 작품의 시선은 전시장 바닥을 향하고 있다. 큰 전시장 전체의 공간을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위태롭게 장악하고 있다. 가느다란 입 바람에도 반응하는 종이 레이어(Layer)는 육중한 무게감으로 전시장 천정에서 곧이라도 쏟아 질 것 같은 불안감과 두려움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왜, 신호윤은 이러한 작품을 제작했을까?

‘X세대’ 다수가 그렇듯 사회전반의 기득권세력에 대한 불만과 공평하지 못함에 반감인가? 그의 작품 ‘군도’는 현대사회에 대한 무거운 발언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작품 ‘군도’의 설치 전시장(2017년 12월·광주시립하정웅미술관)은 주 전시공간을 고려했지만 무엇보다도 관람객에게 미학적 화두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자는 의도가 느껴진다. 그 역시 역사와 시대 앞에 증언자로 소명의식은 ‘X세대’ 작가이기에 더욱 강하게 작동됐을 것이다.

그의 작품 ‘군도’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현대사회의 거대한 글로벌 공동체에 개인이 갖는 나약한 존재감을 회화적이고 문학적 어법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한장 한장의 종이 레이어(Layer)는 나약한 현대인을 은유적 형상을 하고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공동체를 움직이는 ‘빅 브라더’는 천장 속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천정 속에 숨어있는 ‘빅 브라더’가 관심을 놓아 버리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붉은 불안감은 새벽녘 짙은 안개 속에 마른천둥과 번개를 예고하는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는 현대사회의 공동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빅 브라더’에 의해 위태롭게 움직임을 담아내고 있다. 그 ‘빅 브라더’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신자유주의시대의 글로벌 자본(전쟁무기·제약·언론방송), 팽창한 국가주의, 제국주의 부활 등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그는 작품 ‘군도’를 통해 던지는 화두는 이러한 우리사회의 불안감과 냉혹한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학습의 예제를 담고 있어 보인다. 그리고 매달린 종이의 내부는 복잡한 선으로 구성돼 있다. 이 또한 그에게 내제된 복잡하게 얽힌 이미지는 오류의 이미지, 미지의 이미지로 우리를 위태롭게 연결시키는 역 발상을 유도하고 있다.

작품 ‘군도’는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우리공동체 현실인식과 종이 레이어(Layer)의 반복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미지 왜곡을 통해 우리의 둔탁해진 기억과 정체성을 불안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확대시킨다. 수많은 레이어(Layer)를 통해 다시점으로 보이는 현대인의 시선은 각자의 영역과 논 높이로 시대와 정체성을 찾아가기를 희망하고 반복된 시선들로 보다 정교해지고 날카롭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그는 우리공동체의 위기적 상황인식 경고와 함께 교훈적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다

‘10분44초-상해임시정부’(스테인리스스틸위에 분채도장·2019)

그는 수년전부터 ‘상해임시정부’와 ‘세월호’ 그리고 ‘박근혜 탄핵’ 등 역사적 전환기가 됐던 사건에 집중하고 작품제작 계획을 갖게 됐다.

그는 상해에서 한동안 작품 활동을 위해 단기간 거주하면서 필히 방문하고 싶은 장소는 ‘상해임시정부’였다. 임시정부 요원은 목숨을 내려놓고 일본과 싸워야 했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곳은 김구선생과 많은 임정요원들이 사용했던 의자와 책상을 보고 냄새와 소리를 느끼고 들었을 것이다. 그는 이 지점에 작품을 드로잉을 위한 10분44초의 음향을 채집한다. 또한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 탄핵’은 최근 우리나라 전체를 뒤집었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박근혜 탄핵선고문’은 선고문 낭독 20분40초의 음향과 ‘세월호 속보’ 80초의 음향채집으로 형상화를 구상한다.

‘80초-세월호 첫 속보’(스테인리스스틸위에 분채도장·2019)

‘20분40초-박근혜 탄핵선고문’(철위에 분채도장·2019)

‘상해임시정부’와 ‘세월호 속보’, ‘박근혜 탄핵선고문’ 세 작품 모두 한국 근·현대사에 중요한 기점이 됐던 사건으로 채집된 음향을 컴퓨터에 넣어 모니터에 그려지는 파장을 형상화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실제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의 음향은 잠시 외면하면 지나가고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을 형상화로 이끌어 내고 있다. 음향 파장의 압축을 통한 작품의 이미지가 전해주는 형상은 어떠한가? 과연 임시정부의 요인의 절박함이 있는가? ‘세월호’와 ‘탄핵선고문’에서 어린 학생들의 고통의 순간과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가? 이러한 미학적 답변은 관람자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나 이러한 주제에 대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그의 예술가적 역량에 주목한다. 그리고 ‘상해임시정부’의 금색와 ‘세월호 속보’의 붉은색, ‘탄핵선고문’ 모두가 각자의 색을 가지고 있지만 재료의 본질은 무거운 스테인레스와 철이다. 그 만큼 우리 역사에 무겁게 남겨진 흔적이요, 상징이다.

위의 작품 3점을 통한 신호윤은 역사와 시대를 마주하는 증언자로 당당해야 한다는 예술적 의지가 강하다. 그러하기에 제작한 ‘세월호’와 ‘박근혜 탄핵’ 작품은 아직 정치적 민감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처럼 그에게는 한국 근·현대사에 기록된 모든 역사적 사건은 전설이거나 박물관의 박제가 아닌 역사의 수레바퀴는 아직도 진행형으로 계속해서 읽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는 오늘도 예술의 ‘글로벌 보편성’과 ‘현대적 트렌드’를 위해 비좁은 북경과 광주의 작업실에서 창작을 위한 실험과 도전을 반복하고 있다.


▶약력(1975년 서울생, 본적-순천)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개인전 11회(광주, 서울, 중국, 방콕)
▶초대전 : 2019 정저우미술관(중국, 항저우),2018 루카페이퍼 비엔날레(이테리 루카), 2017 청주 공예비엔날레(청주), 2016 상해 국제종이전(상해현대미술관), 2015 Scope Art N.Y(뉴욕 파빌리온), Paper Monologue(과학기술대미술관, 서울), 2014 북경창작스튜디오 ‘북경질주’(광주시립미술관) 외 국내·외 100여회
▶주요 작품소장처 : 광주시립미술관, 국회의사당, Lester Marks 컬렉션(미국), 융컬렉션(한국), 중국유한공사(북경), 종이나라박물관(한국), Swatch Group(스위스), 전남과학기술개발진흥원(한국) 외 다수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