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와 함께 살아왔다. 바이러스는 인류가 처음 문명을 형성할 때부터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나타나 전염병을 퍼뜨렸고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 갔다. 그러나 원인이나 예방책을 몰랐던 당시 사람들은 이 병이 신의 노여움이라고만 생각했다. 아테네와 로마 제국의 멸망 원인으로 전염병이 이야기될 만큼, 바이러스는 한 나라의 역사뿐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까지 바꾸어 놓기도 하였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바이러스의 존재가 밝혀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염병의 공포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오늘날에도 바이러스는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최초의 천연두 환자는 기원전 1143년에 사망한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이다. 그의 미라에서 천연두의 흔적이 발견되어, 당시 천연두 바이러스가 계급을 가리지 않고 대유행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마의 아우렐리우스 황제, 영국의 여왕 메리 2세, 프랑스의 왕 루이 15세, 러시아의 황제 표트르 2세 등 유럽의 많은 통치자들이 천연두에 걸려 목숨을 잃었고, 청나라의 순치 황제 또한 천연두로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천연두 바이러스는 여러 면에서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역사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와 관련해 9일(현지시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경고했다. 현재 코로나19는 환자가 10만명을 넘기고 3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 질환이 시작된 중국 외 국가들에서 나온 신규 환자 수가 중국 내 신규 환자의 거의 9배에 달했으며,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코로나19가 퍼진 점 등이 ‘코로나19 팬데믹 임박’을 경고하고 있다.

팬데믹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전염병 경보 등급을 1-6등급으로 나누는데, 이 가운데 최고 경보 단계인 6등급을 의미 하는 말이다. 대량 살상 전염병이 생겨날 때 이를 ‘팬데믹’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대창궐’이라 할 수 있겠다.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이나 20세기 초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홍콩 독감이 팬데믹의 대표적 사례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기원전 430년경에 아테네에 발생한 역병으로 인구의 4분의 1이 숨졌다고 기록했는데, 이는 팬데믹을 기록한 최초의 기록물로 추정된다.

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 규정했다. 21세기 들어 신종플루와 에볼라 바이러스가 WHO가 분류한 전염병 5단계인 에피데믹(Epidemic) 등급까지 가는 등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이 자주 창궐한 데 따른 것이다.

약이 만들어지면서 많은 백신과 치료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달린 질병(흑사병, 매독, 발진티푸스, 클로레라, 말라리아)을 위해 사용되었다. 그러나 질병의 유기체의 혁명이 빨르기 때문에, 백신으로도 많은 질병에 의한 완전한 면역체계를 갖추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질병의 혁명은 현시대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8만명과 3천명을 넘어섰고, 한국도 확진자가 7천명을 넘었다. 유럽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9천명을 돌파하고 사망자도 500명에 육박하면서 북부를 중심으로 내려졌던 이동제한령이 하루 만에 전역으로 확대되는 등 폭발적인 확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중동 지역도 이란에서만 확진자가 하루에 1천명씩 늘어나는 등 사정이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도 36개 주로 번지며 전체 확진자가 늘고 있다. 뉴욕주에서는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대응 방법은 다르다. 다른 나라는 코로나 공포로 폭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피해자를 돕기 위한 성금 기부 행렬이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다. 개인 기부자뿐 아니라 기업의 통 큰 기부도 돋보인다. 대기업들이 연수원을 생활 치료 센터로 제공하고 대구 외 지역들이 병상을 나누고 있다.

사실, 두렵다. 우리나라는 주춤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선 이제 본격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글로벌 퍼펙트스톰(최악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가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보고 정부는 국민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촘촘히 얽힌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전 세계가 동시에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피해액은 1조달러를 훨씬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이 400억달러 정도였다. 연일 요동치는 글로벌 시장 움직임은 침체 불안을 반영한 것이다. 이미 내수·수출 복합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경제는 글로벌 퍼펙트스톰 앞에 이미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코로나19로 우리 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하락하고, 취업자수도 36만명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더 큰 위기에 빠지기 전에 장기비전을 가지고 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총체적 위기 앞에 우리 국민 모두 심리적 공동체 유대감을 갖고 연대하면서 공공부조로 이겨낸 저력을 되살려 긍정의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