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루 살기가 이만저만한 고통이 아니다. 그럼에도 계절은 어우러지고 세상사 이 얘기 저 얘기는 쉼 없이 이어진다.

▶<우포늪 가시연꽃>은 3연 1수의 단시조다. 탐이 날만큼의 미모 땜에 “꽃대를 가시로 둘러/견고한 성을 쌓고” “내궁에/홀로 앉아서” 전설을 읽고 있는 가시연꽃이 상상 중에 그려진다. 우포늪이 오늘처럼 유명한 것은 예쁘기만 한 가시연꽃 덕분인가.

▶<자리·8>은 평산댁과 이후에 지아비가 위치한다. 생전에는 “사소한 일에도 오기 끼워 넣어 불 지르고/하찮은 일에도 기름 뿌려 성냥 긋던 평산댁”이었다. 허나 지아비가 안방문턱을 넘어 저 세상 가고는 송장이나 썩은 막가지라도 좋으니 ‘빈자리’만은 안 된다고 가슴 치는 평산댁의 모습에서 우리네 인생살이의 한 패턴을 읽는다.

▶<아버지의 손>은 ‘아버지’의 카리스마가 사라진 시대에 아버지를 가슴 절절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저 사막에도 용트림하듯 거센 강물줄기”이고 “늘 푸른 초원”처럼 편안하기만 하던 아버지가 “강과 샘은 하얗게 말라붙”어 “깡마르게 지워낸 호양나무의 수피처럼”이 아프게 읽히는 작품이다.

▶<자갈의 오줌>은 제목부터가 재미있다. 고추농사가 풍성한 민박집에서 땡볕에 달궈진 자갈이 흘린 뜨뜻한 이슬로 병충해도 없는 튼실한 무공해 야채가 자란다는 사연을 듣는다. 여기에서의 가르침으로 정신지체아와 자폐아를 교육하는 화자가 남다른 보람을 고백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누구에겐가를 자갈에서 김이 흐르는 따스한 오줌이 될 수는 없을까를 생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