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에서 소태동으로 넘어가는 도로 한복판에 검붉은 ‘욱일기’ 두 개가 내걸려 있다. 욱일기 이미지가 갖는 뜻을 정확히 모르는 이의 눈길도 사로잡을 만하다. 어쩌다 건물 외벽에 두 개의 욱일기가 내걸리게 됐을까.

이는 다음달 30일까지 소태동 갤러리생각상자에서 열리는 ‘두 개의 깃발’전을 홍보하는 포스터다. 전시 ‘두 개의 깃발’은 ‘2020도쿄올림픽’을 앞두고 20세기 전범기인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와 IOC의 결정에 분노하며, 작가들이 예술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갤러리 내부에선 바깥의 포스터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일본 아베 총리의 얼굴과 욱일기를 접목시킨 작품들부터 풍자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관람자로부터 보다 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욱일기는 왜 폐지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왜’에 대한 대답을 관람자가 스스로 판단토록 하는 것.

예술가의 역할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예술가들은 사회 이슈, 국제 정세 등에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예술로 풀어낸다. 표현의 자유를 매개로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한 발언을 끊임없이 내놓는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선 많은 이슈들이 양산된다. 대표적으로 광주비엔날레의 ‘세월오월’ 전시 철회 사태, 지난해 일본 아이치트리엔날레에서 소녀상 전시 철회 등을 겪은 예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다름 아닌 ‘표현의 자유’다.

갤러리생각상자에선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홍성담 작가의 ‘19금 정치풍자전’부터 제주 4·3과 광주 5·18을 엮은 리일천 작가의 사진전 등이 열렸다. 오는 5월에는 ‘5184040포스터원화전’을 통해 민중미술의 핵심 가치를 알린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3·1절 101주년이 너무도 조용하게 흘러간 느낌이다. 바이러스 확산 추세가 더뎌지면 갤러리생각상자를 한 번 방문하는 게 어떨까.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생각’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