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야 우리를 지킬 수 있다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2020. 03. 04(수) 18:10 가+가-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광주매일신문도 3월에 계획된 행사들을 모두 뒤로 미뤘다. 모든 것이 멈췄다. 모든 국민이 자가격리 상태다.

시계가 멈춘 거리는 스산하다. 마음이 멈춘 시장은 고통스럽다. 열정을 발산할 수 없는 환경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초유의 사태,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2주 더 늦춰져 3월23일 개학한다. 학사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계획이 틀어지면서 학생도 교사도 학사일정도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 스트레스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돌봄 부담은 더 큰 고통이다.

문 닫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꽃 가게는 폐업 직전이다. 여행사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집안에만 갇힌 노인과 어린아이들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외국으로 나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급증으로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에 문을 걸어 잠그는 지역이 92곳이나 된다. 우리나라가 중국 다음으로 환자 수가 많은 ‘요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외국 정부를 상대로 설득전을 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재 확진자가 5천명이 넘은 상태에서 더 이상 급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더 늘어난다면 ‘코리아 포비아’(한국인 공포증) 현상도 늘어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 엄혹한 현실 앞에 이런 불행이 빨리 종식되어 정상적인 일상이 회복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당국과 의료진의 총력 대응과 함께 개인과 시민사회의 자발적, 적극적 협조가 긴요하다.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라는 교육부의 당부에도 학생들의 PC방 출입 사례가 여전히 목격된다고 한다. 어려운 영업 사정은 이해가 되지만, 다중이용시설 가동을 자제해야 할 때다. 다음주까지는 경각심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한다. 과도하게 공포감을 갖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는 안되겠으나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당국과 시민 모두 합리적, 객관적, 과학적 사고로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대구에서는 확진을 받은 한 50대 남성은 마스크를 사겠다고 우체국 앞에서 줄을 섰다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확진자라고 밝혀 주위를 아연케 했다. 이 남성은 취재진의 신고로 바로 격리됐는데, 만약 인터뷰가 없었다면 줄을 서며 밀접해 있던 다른 시민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농후했다. 대구 달서구청의 한 직원도 양성판정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자가격리에서 이탈,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러 주민센터를 방문했다고 한다. 집에 있기 답답하다고 친구를 만나러 가다가 택시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된 광주 지역 신천지 교인도 있었다. 국립발레단의 한 유명 발레리노는 발레단 자체 자가격리 중 일본 여행을 갔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버젓이 현지 여행 사진을 올렸다가 여론의 된서리를 맞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놀라울 정도의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많은 확진자가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모범적으로 대응했다. 전국의 의료진들이 자원해서 대구·경북지역으로 몰려들었는가 하면, 이 지역을 대상으로 모금과 기부 등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 여러 지자체에서 병상을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보다 못한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면 고통은 곧 끝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국난(國難)이 닥칠 때마다 힘을 모아 이겨냈다. 공포에 갇히거나 이기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함께 극복하자는 온정의 손길이 더 이어져야 한다. 작지만 따뜻한 공존으로 희망을 만드는 영웅들이 늘어가는 한 어떤 위기도 이길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할 힘은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 배려에서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미증유의 국가적 위기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야 극복할 수 있다. 1차 방역주체인 개개인이 예방수칙을 생활화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2m 안전거리 두기, 귀가 땐 반드시 손 씻기, 음식 덜어먹고 수건 따로 쓰기 등 개인적으로 실천해야 할 사항들을 꼭 지켜가야 한다.

최근 일본 후생성서 의미 있는 자료를 냈다. 일본 내 코로나19에 걸린 사람 중 75%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다. 하지만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실내 환경에서는 한 명이 최다 12명까지 집단 감염시킨 사례가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일본 후생성은 닫힌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모이지 않도록 방역대책을 펴고 있다. 밀폐된 장소에서 가깝게 앉아 예배를 본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들의 집단 발병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이제는 국민이 방역 주체가 되어야 한다. 당분간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야 방역 성과도 빛을 본다. 추가 감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개인위생 예방수칙이 1차 방어선이다. 개인의 건강은 스스로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적극적 실천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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