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근·현대 역사상 시집 발매금지처분을 당한 유일한 여성시인 마쓰다 도키코가 직접 탄압 주체와 배경을 밝힌 문서가 나왔다.

마쓰다 도키코 작가 연구의 국내 권위자인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는 18일 “마쓰다 도키코는 1935년 도진샤(同人社)에서 출간해 발매금지를 당한 그녀의 시집 ‘참을성 강한 자에게’의 복각판을 1995년 후지(不二出版)에서 출간했다”며 “복각판 후기에 마쓰다 도키코는 ‘지금 어째서 발매금지 시집일까’라는 제목을 붙여 발매금지 처분을 당한 당시의 심경과 발매금지시킨 주체에 대한 저항의지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마쓰다는 그 후기의 서두에 내가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쓴 “이 시집 ‘참을성 강하게’의 복각을 결심한 것은 발매금지된 시집이었기 때문”이라고 복간판을 내게 된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이어 마쓰다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것이 저의 최초의 시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정부가 발매금지시켰다는 것에 저는 지금도 연연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라고 지금 다시 한 번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의 오카다 게스케(岡田啓介) 정부(1935년)가 전무후무하게 여류시인의 시집을 발매금지시키는 탄압을 가했음을 정확히 입증하는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마쓰다는 “이 시집이 나왔을 당시(1935년) 이렇게 세심하게 시의 한 자 한 구절까지 일본의 군국주의적 정부는 트집을 잡았다”라며 일본정부가 자신의 시에 대한 탄압양상을 지적하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쓰다는 “더욱 날카롭고 더욱 훌륭한 시대비판을 담은 많은 문학작품이 장르와 상관없이 ‘××’ 복자표시로 더렵혀졌고 발매금지 대상이 됐다”라고 역설하며 당시 문학작품 전반에 대해 감시의 잣대를 들이대고 억압을 가한 사실도 고발했다.

마쓰다 도키코 문학기념관 내부

마쓰다 도키코는 당시 발매금지 당한 심경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나는 자신의 첫 애가 타인의 손에 의해 햇빛을 보지 못하고 억눌려 죽은듯한 충격을 받았고 분노했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복각판은 1935년 당시 일본정부의 검열로 5-6페이지 삭제된 부분과 ‘××’ 복자 표시의 모든 부분이 복원돼 간행됐다”고 소개했다.

마쓰다 도키코는 “이 시집을 (투쟁해온) 선배들의 묘지에 바치고 싶다. (약) 헌법 9조를 짓밟고 반민주적 악정을 펼치려는 세력에 맞서 활동하며 집필하는 전후세대의 동료들에게 바친다”며 후기를 마쳤다.

김 교수는 “마쓰다 도키코는 99세 나이로 세상을 뜨기 3일전 자택에서 진행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일본시민들에게 헌법 9조를 지켜줄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며 투철한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