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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사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에 첫 무죄 선고
72년만에 명예회복…재심 청구 잇따를 듯
재판부 “내란·국권 문란 혐의, 증거 없어”

2020. 01.20. 19:35:47

법원이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무고하게 처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72년 만에 명예회복이 이뤄졌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20일 내란 및 국가 문란 혐의로 기소된 고 장환봉(당시 29세)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관련기사 2면

김 부장판사는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힌다”며 “여순사건 희생자들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돼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장환봉님은 좌익도 아니고 우익도 아니며, 오로지 국가가 혼란스럽던 시기에도 몸과 마음을 바쳐 성실히 직무를 수행 하고자 했던 명예로운 철도 공무원이었다”며 “더 일찍 명예로움을 선언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1948년 당시 군법회의에서 장씨에게 적용한 혐의에 대해 “범죄 사실의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봤다. 장씨와 함께 재심 재판 피고인이었던 신모씨 등 2명은 재심 청구인이 사망해 사건이 종결됐다.

재심 청구인인 장씨의 딸 장경자(75)씨는 “만시지탄이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여러분의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국가가 이제야 늦게나마 사과를 했는데 여순사건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돼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길 바란다”며 “역사를 올바로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1948년 10월 여순사건 당시 철도기관사이던 장 씨는 여수 14연대 군인들이 순천에 도착한 후 이들에게 동조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권 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곧바로 형이 집행됐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증거 요지가 기재되지 않았고 장씨 등이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구속됐다고 보고 재심청구 7년여 만인 지난해 3월21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그 후 1달 후인 지난해 4월 29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첫 재판이 열렸다. 재심 재판 개시 후 수차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서 검찰이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다양한 자료를 수집한 끝에 장 씨에 대한 공소 요지를 확정했다.

검찰은 “14연대 군인들이 전남 여수시 신월리 여수 일대를 점령한 후 1948년 10월20일 오전 9시 30분쯤 열차를 이용해 순천역에 도착하자 이들과 동조·합세해 순천읍 일원에서 국권을 배제하고 통치의 기본질서를 교란한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3일 열린 6차 재판에서 장 씨의 형법 제77조 내란죄 및 포고령 제2호 위반 국권 문란 죄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한편, 1949년 10월25일 전남도 당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순사건 당시 희생된 민간인은 1만1천131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민간인 희생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남에 따라 장씨처럼 억울하게 희생을 당한 민간인 유족들의 재심 청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 보상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국회에서 처리가 늦어지면서 이들 피해자는 집단 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순천=남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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