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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政派)의 딜레마
김일태
전남대 교수

2020. 01.06. 18:50:47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정국이다.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북미 및 남북대화 단절, 한일 경제전쟁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여전히 한반도는 불확실성이 덮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한국 정치는 국민과 국익보다 우선하는 정파의 이익에 몰두하고 있다. 정파적 대립은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부터 시작해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과 임명, 사퇴, 그리고 검찰 수사, 국회 회기 동안에도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국회는 고작 새해 예산안과 민식이 법 등 일부 무쟁점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전부이다. 국회는 타협과 협상은 없고 비방과 조건만 있다.

이런 정파적 대결은 침묵하는 중도 성향의 무당파 유권자들과 중산층, 그리고 소외계층의 호소는 외면하고 지지층만을 결집하려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여권은 일부 야권과 4+1 협의체를 통해서 우여곡절 속에 석패율을 제외한 선거법 개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합의하고 패스트 트랙 개혁 법안과 민생 법안, 예산 부수법안을 일괄 상정하여 통과시키려고 본회의를 개의했다. 제1야당은 광장 정치, 단식, 삭발, 전국 규탄 대회로 맹비난하고 본회의에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통과를 결사 저지하고 있다. 그래도 국회는 마지막까지 여야가 관련 법안들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도 독립 초기에 존 애덤스의 연방주의와 토마스 제퍼슨의 반연방주의(민주-공화당)의 대립,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 이후 민주당과 휘그당(반 잭슨 연합), 민주당과 공화당(휘그당에서 분열)으로 정파의 극단적 대립도 있어 왔다. 그러나 최근 이런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건으로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다. 다수당인 공화당은 상원에서 탄핵소추안 부결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3번째로 앤드루 잭슨 대통령(1829년부터 1837년까지 재임)은 반대파에게 키친 캐비닛(부엌 내각) 정치라고 매도당하고 의회와의 대립으로, 제42대 빌 클린턴 대통령(1993년부터 2001년까지 재임)은 부적절한 스캔들에 대한 거짓말 요구로 위증과 사법 방해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다.

일반적으로 주요 국가의 선거제도는 양당제 중심의 다수결 제도와 다당제 중심의 합의제적 제도로 구별된다. 대통령중심제의 미국과 한국은 의원선거에서 득표를 통해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다수결 선거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의회와 정부가 분리되어 있어 야권 정당이 의회선거에서 승리해도 정부를 통치할 수 없다. 미국은 상하원제로 의회 권력을 분점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제를 병행하는 단원제로 의회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의회는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filibuster)를 통해 다수가 동의하는 입법을 지연시키거나 저지할 수 있고 행정부와 관련기관 직책의 임명을 가로 막으며 특수 이익집단의 입법이나 지역구의 예산 증액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에 유럽의 일부 의회는 합의제적 선거제도로 지역구와 석패율제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혼합하여 각 계층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하고 연합하여 통치하고 있다. 일본의 중의원 선거에만 적용되는 석패율제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 뉴질랜드, 헝가리 등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런 제도의 도입에 대해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문명의 대가(The Price of Civilization)’에서 미국은 방대한 국토와 인구, 그리고 인종, 민족, 문화, 종교의 다양성으로 합의제적 사회가 어렵고 유럽 국가는 미국에 비해서 동질적이고 지리적 범위가 작아 합의제를 채택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선거제 채택이 국가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대통령중심제에서 선거법 개정은 정파의 이해득실에 의한 협상의 산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정파의 대립이 대의민주주의의 작동을 멈추게 하고 국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현재의 정치 시스템에서도 정치 신인들이 입후보를 통해서 정치적 과정에 쉽게 참여하거나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정치 개혁의 방안은 가능하다. 이런 정치 개혁 방안으로 선거의 승패가 단순히 후보자의 조직력과 자금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편향되지 않는 공정한 언론 보도와 공약의 객관적인 검토, 가짜 뉴스와 선거사범의 엄격한 처벌, 선거 연령의 조정, 투표 장소와 시간의 편의성을 제고함으로써 정치 신인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파의 이해관계에 의한 선거구 획정의 게리맨더링이나 국회의 원활한 법안처리를 위해서 필리버스터가 시행되는 법안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번 20대 국회를 돌아보면서 국민과 국익을 위해 자치분권과 권력구조, 그리고 의원 소환제를 포함하는 헌법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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