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인도 곳곳에서 지체장애인들의 전동휠체어가 다닐 수 없다고 한다. 인도가 국토부의 보도설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가로수와 전봇대와 같은 적치물로 가로막혀 전동휠체어가 차도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광주 북구지역 한 인도의 경우 폭이 1m가 채 되지 않아 성인 남성 한두 명이 지나가기도 어려울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보도블럭 틈 사이로 균열이 생기거나 평평하게 고정돼 있지 않아 장애인들은 지뢰밭을 다니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하소연이다. 어떤 곳은 인도에 가로수와 전봇대가 서 있어 전동휠체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고 건물 공사 중인 구간에는 보도블록조차 없는 형편이다.

도로 교통법은 전동휠체어를 ‘보행자’로 분류해 인도로만 다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현행 국토부의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에는 교통약자에 대한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보행로의 유효 폭을 최소 2m, 불가피한 경우에 1.5m 이상 확보하도록 돼 있다. 규정대로라면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도 다닐 수 있도록 최소 1.5m 이상의 보행로가 설치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전동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들이 열악한 도로 탓에 차로로 떠밀리면서 상시적으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만일 전동휠체어가 이동 중 고장 나거나 배터리 방전 등으로 휠체어가 멈춰서면 아찔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 더욱이 이용자가 장애인이거나 고령자여서 조그만 실수라도 순식간에 큰 사고로 변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일선 자치구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도를 넓히면 차도가 줄어든다는 답변은 차치하고라도 무엇보다 관련 예산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지체장애인들은 도로 기반시설 미비로 불편함을 넘어 위험을 무릅쓰고 이동하고 있다. ‘인권도시’로 명명되는 도시에서 이것은 수치이다. 행정 당국은 도심의 인도 환경을 시급히 점검해 교통약자의 기본적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