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에 韓日 우호 강조 양심적인 日 작가 詩 공개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마쓰다 도키코 ‘8월의 염천에’ 소개
2019. 08. 11(일) 17:26 가+가-
일본 정부가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한국에 경제보복을 감행해 한일관계가 냉랭해진 가운데, 일본의 양심적 작가가 1951년 조선에 대한 배려와 한일우호를 강조한 시가 공개됐다.

공개한 이는 일본의 작가 마쓰다 도키코<사진>를 국내에 소개한 뒤 그를 줄곧 연구해온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다.

김 교수는 마쓰다 도키코가 쓴 한일우호의 시 ‘8월의 염천에’를 ‘마쓰다 도키코 자선집 제 9권(사와다출판, 2009)’ ‘전후(戰後)의 시’편에서 찾아내 소개했다.

김 교수는 “마쓰다 도키코는 6·25전쟁 중에 남북의 상황을 주시하며 일본이 이웃나라 전쟁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조선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8월의 염천(炎天)에

8월의 염천에

우리도 당신(조선인)들도 땀에 흠뻑 젖었소.

다가올 나날들에 대비해 우리는 당신들을 돌아보았소.



어떻든 우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싶소.

일본 4천만 표의 서명

이를 무기로, 또한 이를 증거로 조선에,

그리고 세계와 일본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싶소.



그 4천만 표에 한 표라도 더 보태고 싶다오.

“일본 국민 우리는 평화를 원하고 있소”

“일본 국민 우리는 일본에서 조선인에 대한 살육폭탄을 실은 비행기를 띄우고 싶지 않소. 일본 국민 우리 몸속에도 세계의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소”



“이 순간 일본 국민 우리들 중 한사람이라도 조선의 친구를 죽이는 무기를 만들지 않도록…. 이 순간 일본의 하늘에서 일본의 땅에서 살육폭탄을 실은 비행기가 한 대라도 날개를 펼치지 않도록…”



그래 당신들과 일면식이 없다고 해서

어찌 이 소원을 빌지 않으리오.

더구나 당신들과 몇 십 년의 지기(知己)인데

어찌 이 소원을 소원으로 언급하지 않으리오.

…중략…

이 8월의 염천 하에

또 네이팜탄을 실은 비행기인가?

침략군의 사체를 옮기는 비행기인가?

우리와 그대들의 머리 위를 계속 날아다녔소.

이 순간에도 목숨을 잃고 있다오.

이 순간에도 목숨을 잃고 있다오.

스쳐지나가는 비행기를 노지에서

푸른 하늘을 향해 노려보던

우리는 그대들의 형체를 쫓았소.



우리의 서명판 위에

그대들의 한 글자 한 글자

그대들의 평화에 대한 의지

그대들 조선인에 대한 사랑의 증표가 쌓인

열, 스물, 삼십, 오십, 백….

그 순간 우리의 동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맡은 서명판에도

일찍부터 그게 쌓여 있었소.



그것은 어제의 일이며 오늘의 일

그리고 내일의 일…….

증표가 증명될 것인지 아닌지

이 8월의 염천 하에

우리는 그대들 속으로

우리는 그대들 속으로.

―1951년





마쓰다 도키코는 시를 통해 전쟁 상황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고 하며 일본인 4천만명을 대신해 “조선에, 그리고 세계와 일본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싶소”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곳에서 마쓰다의 조선과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며 “‘일본 국민 우리들 중 한사람이라도 조선의 친구를 죽이는 무기를 만들지 않도록…’하며 애원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의 식민지정책, 게다가 해방 후 6·25전쟁 때에는 무기수출로 경제부흥을 꾀한 일본의 국가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표현”이라고 평했다.

또한 “일본의 일방적 조치로 시작된 경제전쟁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보더라도 일본의 양심적 작가의 목소리에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한일평화와 공존을 원하는 일본 국민들이 적지 않다. 양심적 한일 시민들의 연대와 교류는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겨울 기자
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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