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불상의 발견

2003년 순천시 매곡동 도로변에 놓여져 있던 석탑 부재에서 집 모양의 청동불감과 금동 아미타삼존불상이 발견됐다. 불감 일괄이 발견된 석탑 부재는 매곡동 북정리 주택가에 소재해 있었는데,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이를 옮기다가 우연히 이 불감이 발견됐다고 한다. 불감은 국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몇 단계로 불법 유통되다가 고미술 경매에까지 부쳐졌는데, 이 단계에서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에 의해 적발, 압수됐다.

이후 매곡동 불감은 2004년 5월25일부터 6월2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중생의 향한 구원의 손짓-전라남도 순천시 매곡동 출토 청동불감과 금동아미타삼존불’이라는 제목으로 공개전시됐고, 현재 국립광주박물관 불교미술실에 전시돼 있다. 2015년에는 보물 1874호로 지정됐다.

▶불감(佛龕)이란

불감은 불상은 모시는 작은 형태의 건축공간을 널리 일컫는 말이다. 크게는 석굴사원과 마애불의 벽감에서부터 석탑 형태의 석조불감, 소규모 휴대용 불감에 이르기까지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소규모 불감으로 남아 있는 것은 나말여초에서 조선 전기에 나타나는 전각형 청동불감과, 조선 후기에 나타나는 원통형 목조불감을 들 수 있다. 매곡동 불감은 전각의 형태를 띤 나말여초 청동불감의 흐름을 따르고 있으며, 발원문에 의해 1468년의 연대가 확실히 밝혀진 귀중한 유물이다.

▶부처를 모신 집

매곡동 불감은 전각의 형태이며, 팔작지붕과 용마루 양끝의 치미, 기왓골이 자세히 표현돼 있다. 받침대는 3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장 윗단은 난간처럼 건물 주변을 두르고 있다. 비슷한 시기의 유물인 조선역사박물관 소장 금강군 내강리 출토 불감(1379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불감(14-15세기)의 지붕이 맞배지붕 혹은 우진각지붕인 것에 비해, 매곡동 불감은 팔작지붕을 하고 있으며 기단의 구조가 궁궐의 월대처럼 높고 복잡한 점은 실제 전각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하고자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금동아미타삼존불상

금동아미타삼존불상 내부에서 발견된 복장물 일괄.

매곡동 불감과 함께 발견된 금동아미타삼존불상은 본존 아미타부처, 좌협시 관음보살, 우협시 지장보살로 이뤄진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유행한 아미타삼존불의 구성형식을 따랐다.삼존은 모두 연꽃잎이 위아래로 맞붙은 대좌 형식을 보이는데, 이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의 불상에 유행했던 라마식 불상의 영향으로 보인다.

한편 본존불과 좌우 협시보살의 옷 모습이 달리 나타나는 점이 눈에 띈다. 본존 아미타여래는 승기지(僧祇支)라 부르는 내의를 입고 그 위에 통견식(通肩式)으로 두 어깨를 덮은 가사를 걸치고 있다. 이러한 통견식은 고려 말에서 조선 초의 불상에 흔히 나타나는 어깨를 드러내는 라마식 불상의 옷 모습과는 다른 것으로, 고려 후기의 전통적 요소를 계승한 것이다. 협시보살인 금동관음보살상은 상체가 나신이며 옷 대신 몇 겹의 천의와 화려한 영락 장식을 걸치고 있을 뿐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라마식 금동관음상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한 세트로 구성된 본존불과 협시보살의 양식이 달리 나타나는 것은 보살상에 비해 불상의 조성에 보다 보수적인 방법이 적용됐던 예로도 해석할 수 있다.

▶민중의 염원을 담아

금동아미타삼존불상의 내부에서는 불상을 만든 내력과 시주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발원문 및 다양한 복장물이 발견됐다. 복장물을 넣은 후 삼존상의 바닥판을 붙여 마무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 개봉된 채로 입수된 까닭에 어떤 것이 어떤 상에서 나왔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불삼존상의 몸 속에 들어있던 복장물은 발원문과 불사리, 수정제 구슬, 금속 및 돌조각, 종이·실·솜뭉치, 향목편과 가루 등이다.

발원문은 하얀 종이에 먹으로 쓰여진 것으로 총 두 벌이며, 그 내용은 서로 같다. 한 벌당 각 네 장으로 이뤄졌고, 각 장을 옆으로 이으면 하나로 연결된다. 첫 번째 장의 앞부분은 불상의 제작연대를 포함한 조상기(造像記)이며, 그 뒤에는 승려와 속인 등 277명의 시주자 이름이 적혀 있다. 조상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화(成化) 4년(1468년) 무자년 4월 모일, 조선국 전라도 순천부 남촌 별량리 죽사(竹寺)의 도인 일선과 시주 목암, 정오, 김용 등이 미타, 관음, 지장상을 조성할 것을 발원해 같은 달 15일에 완성된 불상을 점안했다. 기쁜 마음으로 시주한 우리들은 삼존상을 조성하고 바라노니, 극락의 구품연대에 태어나 삼존의 보름달같이 원만한 모습을 친히 뵙고 수기를 받아 무생의 깨달음을 얻기를 기원한다.

김 영 희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이 발원문의 내용을 통해 삼존상은 순천의 죽사라는 절에서 1468년 4월에 제작을 시작해 같은 달 15일에 완성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277명에 달하는 시주자 명단의 구성이다. 시주자 명단은 승려와 재가신도의 이름이 섞여 있으며, 가족으로 추정되는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나열돼 있다. 또 성씨가 없이 막비(莫非), 막덕(莫德) 등으로만 적힌 이름이나, 덕가이(德加伊), 돌여이(乭如伊) 등 한글명을 한자로 표기한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는 평민 이하 신분층의 이름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가운데 왕실이나 관직명 등을 가진 사람이 기록돼 있지 않고, 주상(主上), 비(妃), 세자(世子)를 위해 기원하는 관용구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왕실이나 관청과 관계 없이 일반 민중들의 참여에 의한 자발적인 불사라는 점과 관련있을 것이다. 죽은 자의 명복을 빌거나 왕실을 위해 축원하는 것이 아닌, 시주자 자신이 직접 극락왕생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염원이 반영된 적극적인 불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