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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남산서울타워’가 자리한 용산구. 그리고 그 남산타워의 바로 아래 자리하고 있는 마을 ‘해방촌’(解放村)은 아주 매력적인 동네다. 해방촌은 1945년 광복과 함께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과 또 북쪽에서 월남한 사람들,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온 사람들이 정착한 마을이자, 현재는 인근 이태원과 미군부대의 영향으로 다수의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해방촌은 카페와 식당, 문화 공간 등이 새로 생겨나면서 서울의 주요 ‘핫플레이스’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해방촌에는 많은 독립서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매력적인 동네에서 마주한 독립서점 두 곳, ‘고요서사’, ‘스토리지북앤필름’을 소개한다.

▶문학 단행본 다루는 ‘고요서사’

해방촌에서 먼저 찾은 서점은 바로 고요서사(서울 용산구 신흥로15길 18-4 1층)다. 고요서사를 만나는 길은 조금 험난(?)했다. 해방촌은 좁은 골목도 골목이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은 것이 특징이다.

고요서사를 방문하기 위해 먼저 용산구 후암동에 도착해 해방촌 언덕을 올라가는 마을버스를 잡아탔다. 버스를 타고 가파른 언덕과 좁은 골목길을 지나 어느 새 해방촌 신흥시장에 도착했고, 5분정도 더 걷자 주택가 사이 벽돌건물 1층에 자리한 ‘고요서사’가 나왔다.

크지 않은 규모의 고요서사는 입구 쪽으로 뚫린 큰 창 하나가 모든 책에 빛을 비추는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오래된 원목 가구의 따스한 느낌의 서가에는 독립서점 에디션으로 출간된 김영하 시인의 ‘여행의 이유’가 한 가운데에 놓여져 있었고, 문학과지성사·문학동네의 시집 시리즈 등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고요서사는 ‘문학서점’이다. 소설과 시, 에세이 등 출판사의 문학 단행본을 취급한다. 문학과 관련된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책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 이 곳은 박인환 시인이 운영했던 ‘마리서사’와 ‘독서가 주는 마음의 고요’의 의미를 더해 이름 붙여졌다. 책 편집자 출신인 차경희 대표가 2015년 문을 열었다. 차 대표는 ‘내용은 좋지만 (광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대형서점에는 잘 소개가 안 되는 책을 소개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서점을 열게 됐다.

고요서사는 문학 도서를 특정해 다루고 있지만, 국내 독립출판업계에서는 이곳을 이른바 ‘잘 나가는 서점’으로 꼽는다. ‘문학만을 다루는 서점’이라는 특색에, 관광객들이 모이는 해방촌이라는 ‘장소’도 한몫하겠지만, 차 대표의 고집스런 경영 전략 또한 유지의 비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차 대표는 “책방을 처음 열었을 때, 상업적인 공간이란 인식이 없는 방문객들이 마치 도서관처럼 이용하는 것에 조금 놀랐다”며 “책방에 꼭 필요한 행사, 낭독회, 워크숍을 비정기적으로 열고 소규모 인원만 수용하고 있으며, ‘서점이 동네 ‘문화사랑방’이 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차 대표는 “독립서점과 대형서점은 경쟁 자체가 불가한 서로 다른 대상이다. 독립서점은 출판업 생태계에 ‘큐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숨어 있는 좋은 책들을 밖으로 꺼내어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일을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처럼 소규모로 운영되는 독립서점들은 저마다 지역의 자산이다. 광주 또한 서점들이 연계해 진행하는 단발적인 움직임 보다는 각 서점이 갖고 있는 자원과 특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속·발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독립출판에 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메카‘스토리지북앤필름’

▶독립출판물 제작·판매 ‘스토리지북앤필름’

그런가 하면, 해방촌 언덕 비탈길에 자리한 독립서점도 있다. 바로 ‘스토리지북앤필름’(Storagebookandfilm·서울 용산구 신흥로 115-1)이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독립서점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성업 중이며, 오롯이 독립출판물 만을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는 5천여명 이상의 독립출판물 제작자들과 거래를 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독립출판물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성에 걸맞게, 이곳을 방문한 날은 평일이었음에도 책방에 드나드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의 인기가 날로 더해지자, ‘초판서점’이라는 이름의 서점을 인근에 한곳 더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운영자는 강영규 대표다. 은행원이었던 강 대표는 2008년 직장을 그만둔 후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취미에 몰두하게 됐는데, 이때 모인 사진들로 사진집을 만들게 되면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독립출판물 제작 일에 뛰어들게 됐다. 자신의 사진과 필름카메라 컬렉션을 소개하는 작은 창고를 만들고 싶어서 마련한 게, 지금의 책방 공간이다.

본격적으로 문을 연 것은 2013년, ‘독립서점’에 대한 대중의 인식 자체도 부재한 때였다. 그러나 그때부터 강 대표는 독립출판 작가들과 소통하며 출판물들을 취급하고, ‘누구나 독립출판물 제작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에게 책을 만드는 법을 알려왔다.

강 대표의 아이디어는 먹혔다. 단순히 독립출판물을 사고파는 공간임을 넘어, 스토리지북앤필름은 ‘독립출판에 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메카가 된 것. 사람들이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인식해 온 독립출판을 배우고, 실제로 독립출판물 제작자의 경험을 함으로써 독립출판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책방에서 자체적으로 ‘리틀프레스’란 이름의 독립출판물 제작 강의·워크숍(1일 또는 4주 코스)을 통해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독립출판물을 기획·디자인하고, 제작·유통·판매·홍보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인근 주민이나 서울·수도권의 사람들이 이 워크숍을 위해 모였다면, 이제는 전국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최근에는 강 대표가 직접 제주도로 내려가 4주간 수강생들을 만나고 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종이책에 대한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독립서점 창업은 결코 시장성이 있는 사업은 아니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은 독립출판물 판매와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정체성을 갖고 운영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고 워크숍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것 같다”며 “독립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책 만들기 워크숍 이외에도 낭독회, 북토크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을 책방으로 불러 모으는 자리를 마련하고, 이들의 문화적 욕구를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대표는 “광주 또한 많은 독립출판물 제작자들이 있고, 이들이 또 각자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광주만의 특색과 이야기를 담은 독립출판물들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이것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다면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원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서울=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