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내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은 언제일까. 유년의 기억, 그리움, 호기심, 마음 속 무언가를 탁! 건드리는 그 순간 아닐까. 올해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팀이 지원하고 있는 예술창작활동 중에는 잊혀져가는 추억을 되살리거나 이전에 본적 없는 신선한 실험을 하는 청년작가, 예술단체들이 많다. 동네를 거닐다 마주칠 수 있는, 혹은 전혀 새로운 즐거움을 던져줄 예술현장 몇 곳을 소개한다.

# 예기치 못한 기쁨, 예술로 만나는 추억

광주 곳곳 골목길 풍경을 담아내는 노여운 작가는 최근작 22점을 산수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하루아침에 골목이 사라지고 마을이 없어지는 무한개발시대에, 고맙게도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풍경들이 마음을 빼앗는다.

산수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노여운 작가.

집주인 성품대로 졸졸이 늘어선 화분들, 언젠가 한번 지나친 것 같은 세탁소, 사람 좋은 주인아줌마가 금방 문을 열고나올 듯한 미용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속에 그리움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것만 같다.

미술관에서 스무 발자국 채 떨어지지 않은 언덕집도 작품 속에 있으니 찾아보시길. ‘기억하다:산수’전, 21일까지. 산수미술관. 062-234-9789

양동 청춘발산마을에 자리 잡은 아우라팩토리는 ‘아트뷰티샵’ 전을 열었다.

예전 미용실을 갤러리로 바꾼 이곳에서 청년작가 박기태, 김성결, 이반석 3인이 얼굴과 몸의 아름다움에 대해 각기 다른 시선의 작품을 보여줬다.

마을 아이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발산뷰티샵’도 진행했다. 지난 13일에는 브니엘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큰 화판 위에 자기얼굴을 팝아트 기법으로 그려보는 ‘컬러링 자화상’, 15일에는 마을 어르신들을 초대해 메이크업과 사진촬영을 하는 ‘뷰티메이크업’이 열렸다. 즐겁게 색칠하고 예쁘게 사진 찍은 결과물이 전시회의 새로운 작품으로 설치된 유쾌한 마을전시였다. 아우라팩토리(062-417-1187)

지난 8일 첫 공연을 마친 N뮤지크의 ‘푸른길공원 융합페스티벌’은 승효상 건축가의 광주폴리작품인 ‘푸른길 문화샘터’에서 열린다.

지산동 농장다리와 옛 철길에 얽힌 기억을 형상화한 이 폴리에서 예술인, 마을 예술공동체가 함께하는 클래식, 재즈, 퓨전국악, 인문학콘서트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미디어아티스트 신도원 작가와 함께 동구 자연을 표현해보는 미디어맵핑, 요술종이에 동구 꽃 철쭉 그리기, 동구 심볼 페이스페인팅, 지역자연을 담은 캘리그라피 컵받침 만들기 등 마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전시와 체험은 덤이다. 11월2일까지. 매주 첫째주 토요일 오후 4시. 010-9989-2955

많은 이들에게 동물원, 소풍으로 기억되는 추억명소이자 사직단이 자리잡은 역사공간인 사직공원에서는 공연창작소 아라리연의 ‘아트 퍼즐 in 사직 선비놀음’이 진행된다.

사직공원 내 흔적, 전망타워, 팔각정, 빈집 등에서 각 공간의 의미와 역사를 녹여낸 무성영화, 낭독극, 어쿠스틱 콘서트, 인형극 등을 만나볼 수 있다.

100여년 역사를 가진 누정인 ‘양파정’에서는 선인들의 시를 음악으로 풀어낸 ‘정가’와 국악음악들을 재해석한 스탠딩뮤지컬 공연도 열린다. 10월26일까지. 매월 둘째·넷째주 토요일 오후 8시 사직공원 일대 010-6428-6081 / 010-9981-7742

양동 청춘발산마을 아우라팩토리에서 열린 ‘아트뷰티샵展’

# 예상을 깨는 즐거움, 예술로 실험하기

2014년 전국연극제 대상, 연출상, 최우수상 등 3관왕에 빛나는 극단 얼 아리는 극장이 아닌 게스트하우스 7개의 방을 무대로 하는 새로운 연극 ‘어쩌면 스무개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관광객이 호텔 객실을 돌아다니면서 극에 참여하는 뉴욕의 필수 관광코스인 ‘슬립 노 모어’를 따와 공연과 숙박, 양림동 투어까지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상품을 기획했다.

음악극 독백, 몸으로 말해요, 광주 리어의 자식들, 고장난 시계 등 일곱 개의 방에서 진행되는 극에 직접 참여하거나 감상하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관객은 한 회당 20명만 신청을 받으니 예약 필수다. 11월18까지. 총5회 아리네 게스트하우스. 010-2659-6998

극단 얼 아리 ‘어쩌면 스무개의 이야기’ 공연 모습.

연극인 정효진씨의 독특하고 실험적인 폴댄스 연극 ‘몽상가들’도 있다. 폴댄스는 수직의 기둥(폴)을 유연성과 근력을 이용해 오르내리거나 스핀, 거꾸로 서기 등을 조합한 춤.

그는 지난해 극단 ‘우아’의 이미지 지향극 ‘아름답고 스산한 그의 집필일기’에 안무스텝으로 참여해 폴댄스 종류인 ‘리라폴’을 선보인 적이 있다.

이번에는 폴댄스를 연극에 본격적으로 접목시켜 여성 5명이 결혼, 꿈에 관해 벌이는 수다현장을 풀어낼 계획이다. 23일까지 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30분, 일요일 오후 3시 예린소극장 010-9469-6439.

광주 여러 극단과 함께 극음악 작업을 해온 임주신 음악감독은 사직공원 입구 청년예술인지원센터 옥상에서 작곡발표회 ‘Let It Bay’를 선보인다.

비틀즈 최고 최후의 공연으로 손꼽히는 애플빌딩 옥상라이브 ‘Let It Be’ 형식을 빌려와 라이브 실황을 영상촬영하고 유튜브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창작뮤지컬, 광주연극제, 아시아문화전당 빅도어시네마 등 다수의 작품에서 극음악을 작곡해온 임주신의 순수 창작곡과 Bay Band의 라이브 연주, 2명의 뮤지컬 배우가 함께 한다. 7월12일. 오후 7시 청년예술인지원센터

강현미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팀장>

양림동, 무등산, 김덕령, 이강하 등 광주의 공간과 인물들을 담은 피아노곡과 가곡을 만들어온 작곡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이승규 씨는 연주자와 관객의 벽을 허무는 ‘이승규의 뮤직스케치’를 진행한다.

관객이 연주자들을 360도로 둘러싸고 앉는 ‘360도 콘서트:클래식의 밤’, 연주자 코앞에서 감상하는 ‘1m콘서트:창작의 밤’에 이어 연주자의 뒷모습과 함께 음악을 감상하는 ‘뒷모습 콘서트:퓨전의 밤’도 선보인다니 도대체 어떤 콘서트인지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7월1-3일. 이강하미술관. 062-674-8515

이후에도 일상을 추억하고, 짜릿한 새로움을 선사하는 예술 실험은 계속된다. 광주 예술인, 예술단체들의 창작활동이 시민들의 즐거운 일상을 길어 올리는 시원한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