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신조어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뜻한다. 이 같은 내로남불은 불륜을 저지른 남녀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주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내로남불의 백미는 단연 후안무치한 정치인들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딸의 KT 부정 특혜채용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정상적인 절차와 실력으로 채용됐다며 기자 회견까지 자처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김성태 의원 본인이 딸의 입사 서류를 KT에 직접 제출해 부정 채용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런데 이 같은 KT의 부정 특혜채용이 김성태 의원 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빙산의 일각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2012년부터 KT 이석채 전 회장 등 간부들이 앞장서 김성태 의원을 비롯한 유력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11건이나 부정채용을 했다니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이는 큰 뜻을 품고 KT의 입사시험에 응시한 선량한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짓밟고 앗아가 버린 파렴치한 행위로써 엄벌해야 마땅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을 볼모로 한 여야정치권의 이전투구의 추잡한 정치 행태 역시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여당은 이미 권력 맛에 심취해 촛불 민심은 물론 지난 야당 시절의 자신들을 잊었다. 야당들, 그중에서도 특히 자유한국당은 지금 기억상실성 중증 치매로,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그들만의 내로남불 정치를 고집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4월 임시 국회는 민생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하고 개점휴업 상태에서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런데도 4월과 5월, 국회의원 300명의 통장에 1천140여만원의 월급이 각각 입금됐다. 국회의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지금 여야정치권에서 첨예하게 논란이 되고 이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무엇인지 일반 국민은 잘 모를뿐더러 생업에 바빠 관심도 크게 없다. 그리고 공수처 설치와 선거제 개편(연동형 비례대표제)은 이미 여야 4당이 법안에 합의하고 패스트트랙마저 추인한 상태다. 그런데 한국당은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의 친위대이며 연동형 비례제는 좌파연합”이란 주장을 내세우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여야 동수로 추천해 임명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사표(死票)를 줄여 소수 정당의 의석수가 조금 늘어날 뿐이다.

차라리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향해 “어려운 국민 경제를 살려내고, 청년 실업을 해결하라”라고 의원들이 삭발하고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면 국민은 쌍수를 들어 이를 환영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추경 예산은 물론 산적한 민생 법안 처리는 철저히 외면한 채, 오직 당리당략에 따라 장외 투쟁을 일삼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20세기 막장 정치의 재연(再演)일 뿐이다. 오죽했으면 국회가 없어져야, 아니 한국당이 없어져야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의 생활이 평안해진다는 소리마저 회자하고 있을까. 한국당 해산 국민 청원에 200여만 명 가까이 동참한 사실이 이를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물론 정치는 정쟁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서로의 처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 투쟁을 위한 투쟁만을 일삼는 것은 정상 모리배들이나 하는 치졸한 짓이다. 따라서 장외가 아닌 국회에서 여야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맞짱토론도하고 절충과 양보를 통해 합의점을 찾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언제까지 국민을 기만하는 구태, 3류 저질 정치를 계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 “정치란 백성의 눈물은 닦아주는 것이다” 인도의 전 총리 네루의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는 불행하게도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기는커녕 국민들이 ‘통곡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