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세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부당한 권력에 맞선 한국 민주화운동 실천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광주의 미래 100년을 설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광주매일신문과 최경환 국회의원(민주평화당)은 19일 오후 2시 광주시의회에서 ‘3·1운동 100년과 광주의 미래 100년’을 주제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을 성찰하고 광주 미래를 조망하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편집자주

◇참석자
●주제발표=한규무 광주대 교수
●좌장=김덕진 광주교대 교수
●토론=▲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원 ▲김일융 광주시 복지건강국장 ▲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재철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성태 국제고 수석교사


주제발표 : 한규무 광주대 교수

올해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았다. 1919년 3·1운동은 그야말로 기적적인 사건이었다. 일제의 그 삼엄한 감시와 가혹한 탄압에도 전국적·거족적인 만세시위가 가능했는지 지금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만약 3·1운동이 없었다면, 그리고 1929년 광주학생운동이 없었다면 우리의 독립운동사는 정말로 초라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100년 전 광주 3·1운동에 대한 선행연구는 어느 정도이며, ‘의향’을 자처하는 광주는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광주 3·1운동에 대한 선행연구는 적지 않다. 그런데 선행연구의 내용들은 대동소이하다. 이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지만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등의 내용이 반복되고 있고, 재판기록과 같은 당대의 자료가 제대로 분석·활용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다.

3·1운동 100주년은 새로운 출발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100주년’ 기념행사가 그렇듯이, 이 시점이 지나면 3·1운동은 다시 한동안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누구를 탓할 필요가 없다. 이 분야를 전공하는 발표자라도 계속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고 새로운 논저를 내놓으면 되는 것이다. 연구는 개인적 차원에서라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를 비롯한 기관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야 할 분야가 있다. 바로 3·1운동 관련 문화유산 발굴 및 보존이다. 3·1운동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그 참여 인물이나 기관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고, 이들에 의미만 부여하면 광주 3·1운동에 대한 풍부한 ‘스토리텔링’ 소재가 된다. 대부분 광주 도심이나 인근에 소재한 것들이다.

‘의향’을 자처하는 광주에서 한말 호남의병과 3·1운동, 광주학생운동 등을 연구할 학문후속세대는 현재 명맥이 끊기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적어도 역사 연구에서 ‘광주의 미래 100년’의 전망은 어둡다. 학문후속세대의 육성, 3·1운동뿐 아니라 ‘의향’ 광주의 역사 연구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오는 3월1일, 광주에서는 어떻게 100주년을 기념할지 궁금하다. 광주시청 홈페이지에는 아직 관련 내용이 보이지 않으며, 3·1운동에 대한 언급도 ‘1919년 3·1 만세운동 시에는 김철과 최한영 등의 주도하에 3월10일 만세시위를 벌였고’가 전부다. ‘미래 100년’이 아닌 오는 3월1일이 어떤 모습일지 걱정스럽다.


친일잔재 청산사업 조속 추진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원

2019년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으로서 매우 의미있는 해다.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광주 미래 100년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제대로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친일잔재 청산이다. 시의적절하게 2017년 4월 20명의 위원으로 친일잔재조사 TF가 구성됐다.

친일잔재조사용역을 통해 친일인물과 인물관련 잔재물, 식민잔재 기초 조사는 완료됐다. 최종용역결과를 바탕으로 담당부서에서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없는 상태다.

시의원으로서 친일잔재 청산사업의 조속한 추진과 역사문화자원 활용을 위해 ‘친일잔재 청산 및 역사기념물 보존 조례’ 제정을 준비중이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식과 친일잔재청산 및 역사문화자원 활용의 제도적인 기반구축을 통해 광주시민이 3·1운동에서 5·18 민주화운동, 촛불정신까지 이어지는 광주정신을 함양하고 한민족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역사자원 관광자원화 절실

김일융 광주시 복지건강국장

향후 광주의 100년은 시정방침에 드러나 있다. 정의로움이 풍요로움으로 연결되는 것이 광주시가 해야 할 역할이다.

보훈·호국 관련 연구자가 적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한국학호남진흥원을 발족해 출범시켰다. 이러한 사업들을 확장시켜 연구 인력을 확충하고, 의원들과 함께 협력해 연구진 양성을 해야 한다.

광주에 있는 역사 자원들을 스토리텔링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하드웨어적인 접근이 이뤄졌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특히 광주는 5·18에서 비롯된 주먹밥이 있다. 주먹밥도 우리지역의 역사 속 고유자원이기 때문에 원래의미보다는 현대화되고, 개량화된 것으로 진행해야 한다.

현재 광주100년 투어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광주는 자연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역사에서 차지한 중요한 자원들을 가지고 관광자원화해야 한다.

양림동에 기독교 문화가 들어와 3·1만세운동이 시작됐는데 당시 남장로교의 희생정신이 컸다. 호남신학대 위에 서서평 묘지 등 그분들의 흔적이 있다. 오방 최흥종 선생의 기념관도 추진중이다.


미서훈자 등 서훈 추서해야

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가보훈처 홈페이지에 있는 광주3·1운동 관련해 재판을 받은 100여명의 공훈록을 읽었고 이들 중 서훈자, 미서훈자, 서훈 미전수자로 구분, 정리했다. 95명의 명단에서 수정 보완할 사항도 정리했다. 한 가족 3부자가 참여한 것도 확인됐다. 3·1운동 참가자와 10년후 광주학생독립운동 참가자 가족도 정리했다.

광주대 한규무 교수의 발제문에서 95명의 명단 중 재판기록이 있음에도 서훈을 받지 못한 분들의 명단을 정리했다.

광주3·1운동 참가자중 재판을 받은 미서훈자는 총 39명으로 전체의 40%에 이른다. 이분들은 공적상황이 확실하므로 국가보훈처가 주도해 서훈을 추서해야 한다.

국가보훈처에 의해 서훈이 추서됐으나 후손을 못 찾아 미전수된 분은 7분으로 나타났다. 이분들 역시 후손들을 찾아 귀중한 서훈이 전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판을 받은 명단 이외에 광주3·1운동과 관련된 자료를 보면서 서훈을 받으신 분을 찾았다. 공훈록이나 재판자료 등에서 언급된 분들이다. 이분들도 추후 논문에 포함해 기술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협력 실천 전략 필수

김재철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래 100년을 위한 광주·전남의 전략적 사고는 첫째, 면면이 흘러왔던 광주·전남의 정신과 가치를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맞게 보다 내적으로 완성시켜 살기 좋은 미래사회를 추동하는 시민의식과 철학과 지역운용 및 경영 원리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광주·전남 서남해안과 섬 등 연안자원을 가꾸고, 광주를 비롯한 내륙의 크고 작은 도시를 문화적으로 가꾸고 디자인하며 서로 연결하는 지역발전의 전략을 가져야 한다.

셋째, 4차산업혁명시대에 가치 창출의 자원은 기존 산업화시대와는 차원이 달라 지식과 정보와 자원과 사람이 소통하고 교류하고 협력하며 융합하는 네트워크사회로서 글로벌 범위로 연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플랫폼지역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넷째, 과거 100년은 민족의식이 강했다면 미래 100년은 개인의 창의의식을 키우는 교육과 학습과 경험이 이루어지는 사람에 대한 투자전략을 중시하게 여기고, 여기에 우선적으로 자원배분과 지역사회 협력이 실천되는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정리·청산·계승작업 힘써야

노성태 국제고 수석교사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광주가 더 크게 그려야 할 과제와 책무는 정리와 청산, 계승 작업이다.

첫째, 광주 3·1운동의 재정리가 절실하다. 2·8독립선언서가 어떤 루트로 광주에 전래됐는지, 최흥종 목사가 언제 상경했는지, 남궁혁 목사 집 거사일은 언제인지, 참여인물은 누구인지, 맡은 역할을 무엇인지 등에 대한 광주 3·1운동의 재서술이 절실하다. 기존의 선행연구는 아쉽게도 판결문 등의 기록과는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둘째, 일제잔재의 ‘청산’이다.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우리 옆에 남아 있다. 광복직후 새로 만들어진 대한민국 정부는 ‘반민족행위자’를 단 한명도 처벌하지 못했다.

셋째, 계승 작업이다. 계승 작업 하나는 한말 남도 의병을 기억하고 기리는 사업이다. 계승 작업 둘은 광주학생항일운동 90주년 행사를 남북이 함께 치르는 일이다. 계승 작업 셋은 광주에 광주·전남 항일·독립운동 기념관을 건립하는 일이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기념비를 세우는 것도, 역사관이나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도 그 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광주·전남의 역사를 공부하는 전공자를 길러내야 한다. /정리=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