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선적 낚시어선 ‘무적호’가 지난 11일 새벽 경남 통영 욕지도 남쪽 약 80㎞ 해상에서 전복됐다. 불과 1년 전 인천 영흥도 참사와 유사한 사고가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해당 사고가 인재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여수시청에 재난상황실을 구성하고 실종자 수색 등 사고 수습에 전력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 어떻게 =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80㎞ 해상에서 14명을 태운 9.77t급 낚시어선 무적호가 파나마 선적 3천t급 가스 운반선 코에타가 충돌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사흘째인 13일 해경은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는 이날 새벽까지 대형함정 10척을 동원해 탐조등을 비춰 해수면 위를 확인하는 등 수색을 했지만, 실종자인 정모(52)·임모(58)씨를 찾지 못했다.

이날 오전부터는 함정을 추가 투입해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동원된 함선 등은 해경과 유관기관 함선 21척, 민간 선박 21척, 해경 항공기 5대 등이다.

박정형 통영해경 경비구조과장은 이날 오전 전남 여수시청 대회의실에서 실종자 가족에게 수색 상황을 브리핑하고 “무적호가 전복된 이후 사고 반경 10마일에서 20마일로 수색 범위를 넓혔고, 최대 30-40마일로 확장해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실에는 무적호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임씨와 정씨의 가족 등 30여명이 찾아 수색 상황과 사고 선박에 대한 수사에 대해 질문했다. 한 가족은 “최대한 오랫동안 민간어선이 수색 지원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사망자 장례 및 부상자 치료 = 해경은 지난 11일 여수 전남병원에 안치됐던 무적호 선장 최모(57)씨 등 사망자 3명의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

최씨 등은 사고 현장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회생하지 못했다. 선박사고 사실을 전해 들은 유족들은 곧장 여수로 달려와 병원과 시청 등에서 사고 상황과 수습 대책 등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사망자 인수 절차를 마친 유족들은 합동 분향실을 만들지 않고 각각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각자 연고가 있는 지역으로 사망자를 운구했다. 여수가 연고인 선장 최씨는 여수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른다.

나머지 사망자 2명의 유족은 각각 연고가 있는 경기 김포와 전남 완도의 장례식장으로 이송했다.

또 무적호에서는 완전히 물에 잠기지 않아 형성된 공기층인 에어포켓이 생겨 김모(58)씨 등 2명이 이곳에서 3시간 가까이 버티다가 발견돼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다.

◇반복된 해상 사고 인재 = 통영 욕지도 해상 사고는 예견된 인재(人災)였다. 해경은 충돌 직전의 두 선박이 충돌방지 의무 조항을 위반하고, 승선원의 일부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두고 정확한 해상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통영해경은 이번 사고가 여수 선적 무적호와 가스 운반선 코에타 쌍방 모두 충돌 책임이 있다고 보고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선박전복 혐의로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은 사람은 가스 운반선의 필리핀인 당직 사관 A(44)씨다.

해경이 현재까지 파악한 사고 당시 상황을 보면 사고 인근 해역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운항하던 가스 운반선은 충돌 직전 3마일(약 4.8㎞) 떨어진 거리에서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던 무적호를 인지했다.

가스 운반선 당직 사관 A씨는 두 선박이 가까워지자 뒤늦게 항로 변경을 지시했지만, 끝내 충돌을 피하지는 못했다. 무적호 역시 충돌 전 가스 운반선을 맨눈으로 식별하고 속도를 다소 낮췄지만, 항로를 바꾸지는 않았다.

충돌을 목전에 두고도 안이한 판단으로 대형 사고를 낸 건 2017년 12월3일 22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영흥도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또 승선원 일부가 의무인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오승지 기자

/여수=김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