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축제가 끝났다. 전을 펼치고 부스에 앉아 나의 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거기다 적잖은 관람객들이 찾아와 주는 것도 큰 기쁨이었다. 거기다가 작품에 대해 질문을 해주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정말 기분 째지는 일이었다. 특히 예전의 해바라기와는 또 다르게 그렸다는 나름의 평을 보탤 때는 작업의 방향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자극 아닌 자극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 15-19일 열린 ‘2018 아트광주’엔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관람객들은 수많은 작가들의 2018아트광주 사무국에 따르면 무려 2만6천여 명이 다녀갔단다. 지난해보다 6천여 명이 더 늘었다. 판매도 어느 정도 됐단다. 총 15억8천여만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좋은 일이다. 한명의 관람객이라도 더 찾아줬고 조금이라도 더 팔렸다니 반가운 일이다. 물론 작가 입장에서 더욱더 많이 팔리고 더 많이 찾아줘야 하지만 요즘의 경기를 보자면 이 역시 상당한 선방이었다.

축제기간 동안 즐거웠다. 이 아트페어를 준비하기 위해 한 여름 얼마나 많은 비지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이건 필경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에 참여한 작가들 모두가 그러했으리라 싶다. 붓질 하나 하나에 바늘 끝 신경을 모아 그렸을 것이다. 컬렉터와 시민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위해서 수개월 동안 그렇게 준비를 했다. 했던 대로의 작업을 아트페어에 내놓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소재는 같을지라도 다른 컨셉과 구도를 애써 신경 쓰며 그리고 또 그렸던 흔적들이 역력했다.

필자 역시 그동안의 아트페어에 해바라기 소품을 내놓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 대작을 쓰윽 준비했다. 2백호에 달하는 작품을 두 개나 냈고 그 외에 20호, 10호 짜리를 선보였다. 작품 크기만이 아니라 해바라기도 조금 달라졌다. 빨강 파랑 초록 보라 주황 등 선명한 색상을 펼쳐내어 해바라기를 통한 색의 향연을 펼쳐냈다. 거기에 어느 때보다도 큰 캔버스에 해바라기를 배치하면서 무등산을 배경으로 했다. 풍경과 정물이 한 화면에 구축된 것이다. 소나무 그림에서 즐겨 그렸던 무등산을 해바라기 그림으로 끌어왔다. 화순에서 본 무등산, 광주 시내에서 바라본 무등산이 빨간 톤, 파란 톤의 해바라기 그림에 자리를 잡고 해바라기와 함께 관람객을 맞았다.

이번 아트페어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 큰 행사다. 첫 번째는 9월에 작업실에서 오픈 스튜디오 겸해서 열었던 개인전이었고 두 번째는 2주 전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던 아트페어였다. 작가에게 전시회와 아트페어 참가는 참으로 의미가 있는 행사다. 내 안으로 침잠해 작업에 몰두하는 것은 구심적인 활동이고 전시나 페어에의 참가는 시민과의 만남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원심적인 활동이다. 작가는 이 두 개의 활동이 동시동작으로 이뤄져야 하며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작업에 힘쓰는 것 못지않게 전시활동이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할 이유다.

이번 아트페어는 시민들과의 소중한 만남에 이어 작가들 간의 교류라는 점에서도 뜻 깊었다. 좋아하는 선후배 동료작가의 작품경향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한자리에서 안부를 확인하는 장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광주국제아트페어가 작가들의 개인부스를 내주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 또 다음 주부턴 ‘광주예총 레지던스 오픈 스튜디오’(29-12월5일 아시아창작스튜디오)가 열린다. 작가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오픈 스튜디오를 준비하겠다. 많이들 와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