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의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겠습니다. ‘무엇을 보여줄까’ 생각하기 보다, ‘무엇을 보고 싶은가’를 먼저 연구하려 합니다. 수차례 리서치와 통계를 통해, 광주시민과 외부 방문객이 먼저 찾고 싶은 미술관을 만들겠습니다.”

지난달 17일 취임한 전승보(54) 제11대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지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 관장의 임기는 2년이다.

세종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런던대 골드스미스대학원 미술행정 및 큐레이터십 석사학위를 받은 전 관장은 2008부산비엔날레·2014년 세종문화회관·2015-2018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등을 역임하며 현장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1996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2012-2013년 아시아문화개발원(현 아시아문화원) 책임연구원 등으로 재직해, 광주와의 인연도 있다.

무엇보다도 전 관장은 부산 출신의 전시 기획자다. 이제까지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지역 원로 작가들이 맡아왔던 터라, 타지 출신이자 전시 기획 전문가인 전 관장의 선임 발표 이후 광주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후 처음으로 타 지역 출신 관장이 선임된 것으로 압니다. 화가가 아닌 전문가 출신 관장이 취임한 데 대해 지역사회 내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여론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미술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요. 세계 모든 미술관이 초창기 안착 단계엔 해당 지역 원로작가들이 미술관을 이끈다면, 콘텐츠·공간·시스템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인 지금 전문가 출신 관장이 할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광주시립미술관 또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미술관’으로 탈바꿈할 때죠.”

전 관장은 ‘전통 한국화의 계승과 혁신’을 미술관의 제1과제로 꼽았다. 한국화의 위상이 날로 추락해 가는 상황 속 남종문인화의 뿌리인 호남이 솔선수범해, 먼저 우리 것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에서다.

“호남은 남종문인화의 기반이자 뿌리입니다. 전통 한국화의 계승과 혁신은 광주시립미술관이 꼭 해야만 하는 과제입니다. 미술관에서 직접 나서 호남의 역사를 담은 작품 컬렉션을 수집하고 미래 세대에 알리는 데 앞장서야죠.”

이와 함께 전 관장은 “광주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된 이후, 앞으로 미디어아트 분야를 키우는 데 더욱 지원을 하고, 광주 자체가 ‘미디어아트 쇼윈도’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는 선정 이후 5년 주기로 심사를 거쳐 창의도시로서의 자질을 재점검하게 됩니다. 꼭 심사 통과만을 위한 보여주기식이 아닌, 광주란 도시 자체가 진정한 ‘미디어아트 쇼윈도’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미술관 측에서도 적극 도울 것입니다.”

또한 전 관장은 광주문화 발전을 위해 지역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아시아문화원, 광주비엔날레 등과 미술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지역 미술계와 유관기관들은 소통을 통해 한 몸이 돼야 합니다. 비엔날레 전시부장, 아시아문화개발원 연구원으로서의 일했던 이력 등을 십분 활용해 미술관 발전을 위해 함께 논의하고 협력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전 관장은 어린이 미술교육 분야에도 더욱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린이들은 미래 자산인 동시에 광주미술의 꿈나무이기도 합니다. 정서 발달의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 때부터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미술을 접하고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미술관을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전 관장은 지역과의 소통, 협력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광주 작가들, 미술계 인사들과의 잦은 만남과 대화, 소통을 통해 광주의 정서를 충분히 숙지하고, 그에 맞는 미술관 운영을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미술관의 전시, 수집, 교류, 보존, 교육 등 운영 전반에 관한 방침들을 미술관 운영위원회와 시민 공청회를 통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겠습니다. 이에 따라 결정된 비전, 정책, 목표, 추진 과제 등을 내년 상반기께 발표하는 자리를 가질 생각입니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