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풍성했던 추석 연휴에 가장 많이 나눈 주제 중 하나는 ‘경제’였다. 월급쟁이든 자영업자든 사업주든 한결같이 ‘경기가 안좋다’는 하소연이었다.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추석 연휴 지나서 광주의 금남로나 도심 곳곳 상가들을 관심 있게 보니, 빈 상가에 ‘임대’ 붙은 곳이 부쩍 많았다.

고용절벽-경제절벽이 실감나는 가을이다. 광주·전남지역 소비자들 역시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물론 현재 경기나 앞으로의 경기전망을 매우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실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최근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지난해 8월이후 13개월째 지속적으로 하락세라고 한다.

경제침체 경제위기의식은 광주·전남 뿐 아니라 대부분 지역에서 호소하는 고통이다. 오죽했으면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이 도마에 오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의 고용지표가 더 악화돼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가 ‘가슴에 숯검댕이를 안고 사는 것 같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분위기가 이러다보니 실업률도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8월 실업자 수는 월평균 112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5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 수 통계를 현행 기준(구직기간 4주)으로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당연히 실업급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지급된 실업급여 액수가 4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 수가 급증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설상가상,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국내 수입 비중이 높은 두바이유는 어느덧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거의 4년 만의 최고치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국이어서, 결국 유가 급등이 결국 국내 가계와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경기 하강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기름값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다. 유가 급등세는 그 자체로 우리 경제에 악재다. 당장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임금, 유통 비용, 부동산 임차료 등 재화 혹은 서비스에 투입된 생산요소의 비용 증가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 상승은 이미 현실화했다. 일부 서비스 물가가 올랐다. 가사도우미료는 올해 3월 이후 급등하고 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산후조리원 이용료, 요양시설 이용료, 목욕료, 미용료 등도 마찬가지다. 유가 불확실성도 리스크가 시장 전반에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경제환경이 취약한 광주·전남의 고통은 더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어찌해야 할까. 국내 고용시장이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는데, 광주전남의 해결책은 뭔가. 이 정부가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40조원 이상의 일자리 재정을 퍼부었음에도 재난 수준의 ‘고용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내에서 뾰족한 대안을 만들 수는 없겠으나 지역 실정에 맞는 특단의 대책은 강구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1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6만6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12만9000원(-13%) 감소했다. 소득만 차이가 난 게 아니다. 일자리에도 정규직·비정규직간 명암이 엇갈렸다. 안정적인 상용근로직 취업자는 올 2분기 전년동분기보다 33만5000명(2.5%) 증가한 1373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1989년 분기별 상용근로자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한 임시·일용직은 같은 기간 642만9000명으로 22만2000명(-3.3%) 감소했다. 임시근로자는 2016년 4분기부터 7분기 연속 감소세이며, 일용근로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취업자가 줄었다. 임시·일용직의 경우 저임금 직종이 많고 저소득계층이나 단기 일자리를 원하는 구직자가 많이 종사하는 직종이라는 점에서 임시·일용직의 감소는 곧 저소득층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지표가 더 악화되면 서민의 생계가 우려된다. 냉정한 현실이다. 정부는 최대한 빨리 경기불안을 해소해 흔들리는 민심을 조속히 안정시켜야 한다. 경제정책에 관한 긴급 점검과 유효한 실천 안을 검토해 시급히 보완할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지방정부도 자영업자 파탄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골목상권의 부활을 위한 지역경제연구가 좀더 치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고용불안 및 경기부진 조짐의 극복 방안은 너무나 많이 알려졌다. 정부의 유연한 정책수단 선택과 실행, 지방정부의 소상공인 활성화정책이 현장에 빨리 적용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과 신산업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고,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아무리 경제가 나빠도 고통을 덜 받는 지역이 있다. 지역의 산업구조를 안정적으로 바꾸고 위기와 리스크를 지역사회가 흡수할만한 장치를 미리 한 곳이다. 하루빨리 광주·전남의 지자체들과 경제 수장들이 만나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길 희망한다.

지금은 자영업자들이 비명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누군가 말한, 실업자가 거리에 낙엽 뒹굴 듯 많아질 것이란 악담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을 때다./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