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연휴도 끝났다. 오늘 아침 도하 신문들은 일제히 국회의원들이 청취한 추석민심을 전했다. 광주·전남 지역 추석민심의 키워드는 단연 남북관계와 경제였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단소리·호평·칭찬이 이어졌지만, 서민경제 집값문제 청년일자리 등에는 쓴소리가 적지 않았다.

정상회담의 감동 속에 맞은 올 추석 대화는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가득했지만, 경제와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고개를 저었다. 서민경제는 여전히 늪에 빠져 있고,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에 고통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 자식 취직 걱정이 여전한 부모님들, 집값 폭등을 먼 나라 얘기로 생각하는 서민들의 박탈감이 하늘을 찔렀다. 앞으로 이 정부가 풀어야 할 ‘평화&경제’의 험난한 민심을 읽을 수 있었다.

필자는 좀더 다른 시각에서 ‘평화&경제’를 보았다. 예전의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우리 내부에서만 찾거나 이슈에 함몰됐다면, 올 추석전후 북한과 유엔에서 생산된 두 개의 연설은 대한민국의 확장, 좀더 넓은 시각에서 대한민국 근본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세계사를 보면, 그 나라의 중요한 전환기에 지도자의 품성과 삶에서 뿜어 나오는 연설, 메시지는 한 시대의 대변혁을 가져왔다. 시대성을 담은 명연설은 우리가 인간으로, 민주 사회의 시민으로서 살면서 취해야 될 덕목들을 교육하고 깨우치게 한다. 연설에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9월 평양회담에서 문재인대통령이 북한 주민에게 한 ‘능라도 연설’과 방탄소년단의 김남준이 유엔총회에서 한 연설이 올 가을 대한민국의 코드라도 생각한다. 60대의 분단국가 대통령이 남한·북한 주민 모두에게 설파한 통일론, 슬픈 대한민국 20대 가수가 전세계 청년에게 고한 ‘자신을 사랑하라’는 연설은 울림이 매우 컸다.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평양 주민 속으로 성큼 들어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기록되게 할 전환적 사건이었다. ‘김 위원장과 나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습니다.~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 합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이보다 감동적이고 강렬한 연설이 또 어디 있었나. 남북관계의 평화를 푸는데 아무리 힘든 여정이 기다리더라도 ‘함께 살아야 할 민족’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힘들게 뭐 있겠나.

‘능라도 연설’이 있고, 일주일 후 미국 유엔총회에 등장한 방탄소년단은 최악의 실업률시대를 살고있는 한국 20대 청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한국가수 최초로 유엔총회 무대에 올라 연설한 방탄소년단의 김남준은 문화를 넘어 지구촌에 대단한 메시지를 전했다. 약 7분간 영어로 진행한 연설에서 김남준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자 방탄소년단의 리더로, 개인적 경험을 담아 젊은 세대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저는 대한민국 일산, 서울 근교에서 태어났습니다. ~저는 더 이상 밤하늘을, 별들을 보지 않았고 꿈 꾸는 일도 멈췄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만든 틀에 나를 욱여넣으려고 했습니다.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심장은 멈추었고 눈은 닫혀버렸습니다. ~오늘의 나는 내가 만든 모든 실수와 함께하는 나 자신입니다. 나는 지금의 나 자신 그대로, 그리고 과거와 미래에 내가 되고싶은 그대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아가 방탄소년단은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전 세계 젊은 세대들이 나를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Speak yourself)’고 제안했다.

자신들의 메시지를 노래 안에 담아 10대, 20대를 비롯한 청춘들에게 희망을 건네고 위로·공감을 끌어낸 다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펼치며,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대한민국 청년이란 사실이 자랑스러울 뿐이다.

세계역사를 보면, 세상을 바꾼 연설과 위대한 연설가들이 많았다. 대중을 향한 리더들의 연설은 사람의 영혼을 인도하는 기술이다. 말하는 사람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의 속성을 꿰뚫어야 하고 그 본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의 품성과 철학, 그리고 듣는 사람의 감정이 조화를 이루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큰 울림을 준다. 더불어 그 울림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필자는 60대 지도자 문재인 대통령과 20대 지구촌 지도자 김남준의 연설은 2018년 가을 지구촌을 움직일만한 거대한 메시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능라도연설 말미는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천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우리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갑시다’였다. 김남준의 연설 말미는 ‘제겐 결점도 많고 두려움은 더 많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자신을 끌어안으려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였다.

전쟁을 종식하고픈 국민, 답답한 현실을 탈출하고픈 청년들에게, 두 연설의 메시지가 큰 위로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민족과 자신을 사랑하는 법, Speak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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