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에 가면 호랑가시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나무다. 신기하게도 주로 전북 변산반도 이남 지역에 자생하는데 신기하게도 양림동에 많이 서식한다. 잎의 끝부분에 가시가 있으며 열매가 익으면 새 빨갛다. 호랑이가 등이 가려우면 이 나뭇잎에 있는 가시로 문질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열매가 크리스마 광주 양림동에 남장로교 선교부가 태동됐다. 남장로교의 마지막 선교사가 허철선(헌틀리)선교사다. 바로 그 선교사 사택 주변에 이 호랑가시나무가 울창하다. 무려 30그루나 된다.

손예빈 작가가 글을 쓴다고 자주 오가더니 ‘호랑가시나무 언덕’이란 제목으로 광주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소설로 출판했다. 참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 오는 9월1일 오후 4시에 헌트리 사택에서 장편 소설 ‘호랑가시나무 언덕’ 출판기념회를 한다. 주인공들의 후손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광주의 독립운동가들과 일본 장교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한일 청년들의 고뇌와 갈등, 열정을 다룬다. 주인공 연주를 통해 광주사람과 광주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1941년 태평양전쟁 발발 전후 광주의 독립운동가들과 일본 장교 사이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하고, 공간은 한국, 중국, 일본을 넘나들고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까지 펼쳐진다. 선교동산을 강탈하려는 일제에 항거해 유화례 선교사, 도마리아 선교사, 타마자선교사 이야기와 체육을 통해 항일투쟁을 했던 김후옥, 주봉식, 신사참배에 불응하며 가장 낮은 자들과 동고동락했던 오방 최흥종, 일제와의 타협을 거부하며 절필했던 다형 김현승, 식민지 노예교육에 항거했던 정추, 광주의 대부호였던 최상현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엮었다. 병자와 걸인으로 추락하는 조선인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며 그들과 동고동락했던 오방 최흥종, 강순명, 이현필, 김준호를 비롯한 걸인공동체부터 시작한 건강한 공동체의 이야기다.

양림동의 근대 이야기를 알고 싶은 이에게 읽기를 권한다. 광주의 독립운동사를 알고 싶어도 강추한다. 광주시민 누구나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손에 잡으면 쉬이 놓을 수가 없다. 하룻밤에 다 읽을 수 있다.

문화컨텐츠 사업은 우리 것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했을 때 힘이 있다. 문화컨텐츠를 개발할 때 우리 정체성과 관련한 객관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이유다.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하는 말은 유의미하다. 그게 선언적으로 쓰이지 않고 실제적으로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리의 이야기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것,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가치가 있고 소중하며 생명이 깃들어 있다면 충분히 문화컨텐츠가 될 수 있다. 양림동 이야기는 다른 곳에선 찾을 수 없는 광주만의 문화컨텐츠다. 광주의 문화컨텐츠는 우리의 얼이 담긴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