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sustainable agriculture)이 화두다. 지속가능한 농업이란 토양의 물리적·화학적 악화를 초래하지 않고 농사를 계속할 수 있는 농법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과거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을 거치면서 농업생산량은 획기적으로 증가한 반면 과도한 농약이나 비료의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토양의 악화 등 효율성 농업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농림업생산액 규모는 50조원 내외(2016년)인데 비하여 농림축산식품 수입액은 이를 육박하는데도 우리나라 농정의 중심축은 여전히 ‘효율성과 가격경쟁력’ 패러다임이 주도하고 있다. 땅값이 농업선진국의 10-20배나 높고 호당 경지면적이 비교도 되지 않은 수준인 열악한 조건하에서 우리나라 소규모 가족농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거센 역풍을 맞아 환경생태적으로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이 점차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농촌지역사회 공동체도 붕괴 직전이다. 거기에 세계 농업의 공통 현상인 고령화 추세 또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 때 정부가 추진했던 가족농업의 협동화와 전문화 정책이 시들해진 자리를 대신하여 기업농식 사고가 부쩍 확대되고 있다.

사람도 살리고 농촌공동체도 살리며 환경생태계도 함께 살리는 조화로운 지속가능의 농업에 대한 육성방침은 이미 오래전부터 분명하게 정립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제관료들은 뱁새가 황새걸음을 흉내 내듯 가격 경쟁력 지상주의에 의거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어디 농산식품이 가격경쟁력만 있으면 만사가 괜찮은 것인가? 품질과 안전성이 더 중요하고 환경생태계와 지역사회 공동체 유지 기능 또한 중요하지 않는가? 이제는 생산과정 뿐만 아니라 유통·가공 판매의 협동화 및 융복합화로 농가소득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농촌지역 경제공동체를 살리어 도시소비자의 건강과 생명도 함께 돌보면서 환경생태계 등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도 키우는 지속가능한 농정으로 변해야 한다. 그 길을 정부가 농업인(가족농)과 함께 찾아가는 것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겠는가? 가격경쟁력에만 혈안이 되어 땅이 넓고 생산비가 낮은 큰 나라의 농정만 흉내 내려다가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건, 방부제와 농약, 방사선 투성이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식품이건, 값만 싸면 된다는 자본 효율성 위주의 농정이 이제는 변해야 한다.

농업·농촌·농업인은 국정의 실험대상이 아니라 섬김과 돌봄의 대상이다. 이 땅에 생명을 낳고 생명과 환경 생태계와 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다원적 공익적 기능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농업이 가지고 있는 안전한 먹거리공급, 환경, 생태, 전통문화, 지역사회 공동체, 도농상생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감안하여 시야를 보다 넓게 길게 바라보아야 한다. 미국, 브라질만 쳐다보지 말고, 우리나라와 농업조건이 유사한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을 참고하여 농정을 본래의 자리인 “국민농업”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농업·농업인이 없으면 농촌도 없고 국민도 나라도 없다는 명약관화한 사실을 외면해서는 아니된다. 농은 모든 것의 근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업은 생명산업으로 그 고유한 영역과 사명이 이처럼 하늘로부터, 그리고 국가와 국민들로부터 주어졌다. 농업의 역할이 이처럼 막중할진데 이제부터라도 농업인과 농촌지역공동체, 환경생태계, 소비자가 서로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농정으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