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대표하는 특산품 ‘무등산 수박’(일명 푸랭이)이 오는 15일 출하될 예정이지만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1939년 기상관측 이래 광주지역에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무등산 수박의 수확량이 28%(800여통) 감소했기 때문이다.

12일 광주 북구와 무등산수박생산조합에 따르면 오는 15일 첫 출하를 시작으로 10월 중순까지 ‘공동직판장’에서 무등산 수박 판매를 시작한다.

무등산 수박은 진초록색 껍질에 줄무늬가 없는 20㎏ 이상의 대형과로 일반수박에 비해 2-3배 크고 원시적인 단맛과 과육의 감칠맛이 독특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성인병 예방과 당뇨에 특효가 있으며 해독작용에도 효능이 뛰어나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됐을 만큼 명품과일로 각광받고 있다.

올해 무등산 수박은 현재 11농가에서 2천여통을 수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수확량 2천800여통에 비해 30% 가까이 줄었다.

연일 35도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무등산 수박 생산량에도 영향을 줬다는 게 북구 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재배농가 감소와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여 있었는데, 이번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해당 농가들은 벌써부터 노심초사하고 있다.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30곳이 넘었던 재배농가가 3분의1로 줄어든 데다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 이후 재배면적에도 제한이 걸렸다. 2016년 12가구였던 농가가 지난해 1개 농가가 생산을 포기하면서 이제 남은 농가는 11가구뿐이다. 무등산 수박의 수확량은 2002년 이후 3천통을 넘기질 못하고 있으며, 폭염이 지속된다면 2천통 역시 넘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무등산 수박 농가가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재배농민들의 고령화와 열악한 생산여건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등산 수박의 경우 해발 300-500m 사이 밭에서 생산되지만 11가구 중 절반에 해당하는 가구가 60-70대로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돼 특성을 고려한 재배가 사실상 버거운 실정이다. 또한 수박 한 통(20㎏ 이상)에 2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이다 보니 대부분이 선물용이지만 지난해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법)으로 인해 외면받고 있다.

이에 북구는 생산면적과 판매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배농가에 대해 품종개량 및 중소형과 확대를 통한 소비자층 확보, 수박을 지속 구매할 수 있는 대형 구매처 발굴을 위한 판매촉진 홍보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재난급의 폭염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한 농민은 “피땀으로 길러서 좋은 수박을 내놓아도 잘 팔리지 않아 문제였는데 이제는 날씨까지 따라주지 않는다”며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무등산 수박 재배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지역 특산품으로 특유의 향과 맛으로 인정받고 있는 무등산 수박이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도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재배농가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