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태어날 때 꽃이 되라시면 하얀 목련이 되오리다/ 차가운 눈속에서 꽃망울 마다에 맑은 사랑 가득담아 바쁜 걸음으로 가오리다’(허연 시 ‘꽃이 되라시면’ 중)

나주가 낳은 시인이자 언론인으로 호남 문화발전에 기여해 온 고(故) 향촌(香邨) 허연(許演·1923-2017·사진) 시인의 시비가 제막돼 눈길을 끈다.

향촌허연시비제막추진위원회(박보륭·박명선 공동추진위원장)는 최근 나주 영산포 삼영리 양천허씨 선산에 허연 시인의 시비를 제막했다.

시비제막식에는 김영태 조선대 명예교수, 민병휴 전남대 의대 명예교수, 손광은 전남대 명예교수, 윤지향 나주시 관광문화과 예술팀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시비에는 허 시인의 친필이 그대로 새겨져 있으며, 시비 앞면에는 시인의 시 ‘꽃이 되라시면’이, 뒷면에는 ‘나의 나무’라는 시가 적혀 있다.

허연 시인은 1953년 서른 살에 첫 시집 ‘향나무’를 출간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61년 호남신문 편집국장을 거쳐 1969년 MBC광주문화방송 국장을 역임했다.

광주 구동공원에 ‘모란이 피기까지는-영랑’과 ‘떠나가는 배-용아’ 시비를 세우는 등 문화사업에 헌신했다. 1982년 미국 시카고로 이주한 후 지난해 12월24일 향년 94세로 영면할 때까지 시작(詩作) 활동을 지속했다.

한편, 향촌 허연 시인은 나주시 영산포 삼영리(삼영동) 영당마을 출신으로 광주시립박물관장, 광주MBC방송국장, 한국예총 전남지부장, 한국문인협회 전남지부장, 호남신문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전남도문화상, 현산문화재단 문학부문 특별공로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