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주년 5·18광주민주항쟁 기념식은 추도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마무리됐다. 함께 울고 공감했던 만큼 오월정신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발전·계승해야함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직 진상규명 과제가 남아있어 진실을 향한 여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법의 제도화,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이 한데 모아져야만 오월 정신에서 비롯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5·18연구자들은 1980년 5월 광주의 상황이 왜곡·폄훼되는 것을 막고 민주주의 역사의 헌장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역대 진상규명의 결과가 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지 못했던 이유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오는 9월 꾸려질 진상규명위원회가 활동함에 있어서 모든 기록과 과거 사실을 뒷받침할 정황에 대해서는 군의 기밀문서에 대한 접근 제한이 없어져야하는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오월 정신을 폄훼하고 5·18광주민주항쟁을 왜곡하는 일이 경고성 조치에 그치지 않도록 법적 처벌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5·18을 지역의 아픔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닌 범 국가적 기념일로 지정해 모든 시민들이 함께 기념할 수 있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5·18 관련 유공자와 부상자 및 유족들에 대한 지속적인 건강관리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5·18 당시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지역민들의 경우 후유증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들이 쉴 수 있고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광주보훈병원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에 트라우마센터의 역할을 키워 요양센터로 함께 운영돼야 하며, 이는 지자체를 넘어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5·18 과제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사는 굴곡진 역사의 고초를 겪어야했다. 앞으로 5·18광주민주항쟁은 1987년 6월 항쟁의 단초로서 큰 획을 그은 만큼 오월정신의 교훈은 오월 공동체의 모태가 돼야 한다.

특히 80년 5월 광주는 살아있는 역사로 이를 접하는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하며 역사적 가치관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5·18연구자는 “간혹 38년째 이어져 온 진상규명 작업에 대해 장기간에 걸친 소모전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이는 오월단체와 광주시민, 지자체 등 5·18에 대한 공통의 반성과 새로운 방향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광주시민들의 5·18에 대한 성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80년 당시 현장에 대한 경험과 아픔은 온전히 광주 고유의 오월 정신이다. 이에 대해 공감하고 아픔을 나누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이를 이용하려 들려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냉정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이제 광주는 오월 공동체로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지자체, 시민, 시민단체, 오월단체는 각자에게 맞는 역할을 적재적소에 수행해야할 때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광주시민들은 5·18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지만, 오히려 내면화돼서 방관·외면하고 있으며 이를 초래한 지자체나 시민단체 및 오월단체도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후대에 대한 교육과 오월정신의 계승 등 성숙한 민주주의를 통해 광주는 오월 공동체로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