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치러진 올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도 기본 내용은 예년과 같았지만, 형식은 파격적이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와 5·18유공자·유족·학생·시민 등 5천여명이 국립5·18민주묘지에 방문해 오월 영령 앞에서 눈물을 흘린 가운데 우연의 일치인지 기념식이 진행되는 1시간 동안 비가 쏟아졌다.

◇조금 더 가까이

38주년 기념식은 추모객 누구나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고 입장했던 지난해와 달리 초청인과 사전 신청자만 입장이 가능했다. 이에 이날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일반시민들은 기념식에 참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많은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5·18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여수에서 온 신기덕(43)씨는 “기념식을 현장에서 못 봐서 아쉽지만, 추념문 뒤에서 진행되는 기념식의 열기가 느껴졌다”며 “기념식이 끝난 뒤 민주묘지에서 참배를 하고 오늘 일과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동의 씨네라마

국민의례, 헌화·분향 후 이낙연 국무총리의 기념사가 끝나고 ‘영원한 소년’이라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5·18 당시 행방불명된 창현군(당시 7세)을 38년째 찾고 있는 아버지 이귀복씨의 사연이다. 18분간 진행된 이 드라마는 80년 5월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명했다.

드라마가 끝날 무렵 객석에서 실제 창현이 아버지 이귀복씨가 무대로 올라와 인사했다.

이씨는 “38년 동안 지역구 국회의원도, 누구도 못 믿겠다 생각하고 지금까지 찾았지만 아들은 대답도 없다”며 “이렇게라도 해주니 내 마음이 기쁘다. 우리 아들 제사 지내줘서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눈가도 촉촉이 젖었다.

◇극적인 만남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고(故) 김사복씨와 고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가족이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만남의 기쁨을 나눴다.

이들은 함께 민족민주열사묘역에 방문해 힌츠페터씨의 추모석을 찾았다.

앞서 광주 5·18 기념재단은 지난 2016년 국립 5·18 민주묘지 인근의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 힌츠페터씨를 기리는 기념비를 만들어 머리카락과 손톱 등을 안장한 바 있다.

◇이곳을 밟고 가세요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는 오월 영령을 추모하러가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잡아둔 특별한 장소가 있었다.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 민박기념비’가 위치한 구묘역 입구다.

이곳에 위치한 기념비는 지난 1982년 전 전 대통령이 담양군 고서면 성산 마을에 잠입해 세운 민박기념비로, 구묘역에 오를 때면 반드시 이곳을 짓밟아야 하는 코스로 꼽힌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이곳을 짓밟고 가세요”라고 외치며 적극적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김동수 기자 kds6400@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