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발포 명령자 색출·행방불명자 수색·암매장지 발굴….”

1980년 5월18일 ‘그날’ 이후 꾸준히 제기된 진상규명의 과제는 38주년을 맞는 지금,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관련기사 3·5·6·7·18면

지난해 37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5·18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을 약속했다. 1년이 지나 ‘미완의 5·18’은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으며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1980년 5월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고 북한군의 개입 등 5·18을 왜곡·폄훼하려는 세력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작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면서 특별법 제정 목소리가 높아졌고, 지난 3월13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공포됐다. 특별법 시행까지 4개월을 앞두고 5·18연구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 구성과 시행령 제정에 광주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80년 당시 군의 의도적인 조작이 있었음을 확인한 만큼 군의 기록과 증언이 절실하지만,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작업은 속도를 내기는 커녕 난항을 겪고 있다. 때문에 시행령 제정과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기 위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국방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행방불명자 규명, 암매장 발굴, 최초 발포 명령자 등이 한 연결고리로 묶여 있는 만큼 군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38주년 5·18은 한 지역이 민주주의를 이뤄내기 위한 현대사의 비극을 뛰어넘어 현실에서 살아 숨쉬는 숭고한 가치로 한걸음 나아가는 기점이 돼야 한다. 38년이란 시간은 사람 나이로 따지면 청년인 듯 하나, 견실한 중년의 나이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접어든 때다. 5·18 진상규명에 대처하는 자세도 다를 바 없다. ‘청년’과 같은 뜨거운 열정으로, ‘중년’의 이성적 판단으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 5월 단체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책무다.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진실을 바로세우는 작업에 큰 자양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1980년 5월은 과거에 일어난 ‘사실’이지만 진실 왜곡·폄훼를 뛰어넘어, 이 땅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결국 5·18 38주년을 통해 오월정신이 이 땅에 평화의 바람을 불러다 줄 국민통합의 또 다른 메시지로 계승돼야 할 이유다.

한편,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엄수된다.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대신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 주요인사, 시민사회단체, 5·18유공자·유족 등 5천여명이 참석한다.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