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은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박정희 정권 당시 특권층인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을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에 빗대어 풍자한 시, ‘오적(五賊)’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다시 계간 문예지 ‘자음과 모음’ 봄 호에 1970년 대 시 ‘오적’과 함께 그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 15 컷을 새로 그려 발표했다. 그리고 요즘은 ‘오적’이 아니라, ‘오백적’, ‘오천적’이 천지분간 모르고 날뛰는 시대라고 일갈했다.

5년 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과 가족을 포함한 주변 인사들의 부정 비리가 대한민국을 부패공화국이란 오명과 함께 국민들을 절망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화두로 삼았던 참여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뇌물을 챙기다 결국 처벌됐다. 그리고 가족들마저 뇌물 수수에 연루되면서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본인은 물론 동생 전경환씨, 처삼촌 이규광씨, 그리고 처남 이창석씨 등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처벌됐다. 노태우 정권에서도 본인과 실세로 군림하던 고종사촌 처남 박철언씨가 처벌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도 ‘소통령’으로 군림하던 차남 현철씨가 구속, 처벌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재임 기간 중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구속되는 등 대통령으로서 수모를 겪었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 본인의 뇌물 수수와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등으로, 탄핵과 함께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임기는 채웠지만, 자신은 물론 부인, 아들 등이 이런 저런 부정·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과 함께 처벌 위기에 놓여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부도덕성과 반윤리적인 이 같은 작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10년 전 한국투명성기구가 실시한 ‘청소년 반부패 윤리 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10점 만점에 방글라데시 8.45점, 인도 7.55점, 몽골 6.64점, 한국 6.11점으로, 아시아 4개 국가 중 한국 청소년들의 반부패 윤리 의식이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만약 경찰이나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면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항목에서는 방글라데시 7.2%, 인도 8.8%, 몽골 12.0%인 반면, 한국은 무려 44.1%로 다른 나라 청소년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10년이 지난 후의 청소년 의식 조사 결과는 어떨까.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가 전국 초·중·고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청소년 정직 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55%가 ‘10억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교도소에 가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청소년들의 의식 변화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청소년들의 거울이 되어야 할 대통령을 비롯한 어른들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까닭은 부정부패 사범을 너무 쉽게 용서하는 사회적 풍토와 무관치 않다. 당선만 되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사리사욕만 채우는 대통령과 가신들, 대통령의 지나친 사면권 남용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냄비 근성과 치매성 망각증 또한 부정부패를 알게 모르게 조장해 왔다. 법은 있으되 힘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선별적으로 고위 지도층이나 재벌들은 비껴가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만 법대로라면 정부나 사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부정부패 없는 투명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부정부패 사범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권들을 ‘반면교사’ 삼아, 본인은 물론 친인척이나 가신들이 부정 비리에 연루돼 처벌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5년마다 어김없이 되풀이 되는 대통령 자신은 물론 주변 인사들이 ‘쇠고랑 차는 모습’을 국민들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