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적(敵)이 아니다
김진수
서울취재본부장
2018. 02. 06(화) 18:44 가+가-
지역정가의 한 축이 급격하게 분화하고 있다. 그간 호남의 정치지형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원내 3당인 국민의당이 양분해왔다. 이 가운데 국민의당이 오랜 내홍 끝에 결국 분당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먼저 국민의당 내 반안(반 안철수) 세력이 중심이 된 민주평화당이 뜨더니, 나머지 친안(친 안철수) 세력은 바른정당과 함께 미래당을 출범시킨다는 소식이다. 2년 남짓 탄생에서부터 성장까지 세세히 지켜보았던 호남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착잡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당 분당사태…착잡


어찌됐건 한 솥 밥 먹었던 호남 국회의원들의 각자 도생이 시작됐다. 이들이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때 유행했던 고추장 광고 카피를 빌자면 ‘아무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제까지 동지였던 사람들에게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는 살벌한 ‘선거의 장’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나둘 갖춰가고 있다.

선거전이 시작되면, 이들과 지지자들은 서로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치열한 전투를 전개하게 될 것이다. 진영논리에 따라 서로 상처를 내고, 상대방은 원수요 배신자로 매도될 것이다. 원래부터 호남의 단물만 빨아먹던, 그런 놈들이었다는 날조된 정보도 적잖이 생산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번 미래당과 민평당의 충돌을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그 동안 국민의당은 원내 제1당이지만 과반을 넘지 못하는 집권 민주당과 함께 호남 정신과 호남의 이익을 현실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지역민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해왔다.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나온 다양한 호남 우대 정책이나 국가 예산의 견고한 확보 등은 국민의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부인키 어렵다.

현재 민평당 일각에서는 자신들에 합류하지 않은 호남 국회의원들에게 ‘배신자’ 낙인찍기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4선 중진인 박주선·주승용·김동철 3인에 대한 실망이 적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3인이 민평당에 합류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에 대해 ‘안철수도 싫지만, 박지원은 더욱 싫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논리적이라기보다는 매우 감성적 분석인데, 그동안 호남의 맹주를 자처했던 박지원 전 대표와 이들의 애증을 감안해 보면 나름 고개가 끄덕여 진다.

필자는 이와 다른 측면에서, 박주선 국회부의장, 주승용 전 원내대표, 김동철 원내대표가 미래당으로 합류한 것은 결코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주선·주승용·김동철 비난할 일 아냐


이들은 ‘뼛속까지 호남인’이다. 향후 미래당 내부에서 양대 지지기반이 될 대구 쪽 정서와 광주 쪽 정서가 충돌하는 특정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이들은 유승민으로 상징되는 보수적 관점에 저항해 호남의 진보적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중량감과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박주선 부의장은 유승민 의원과 함께 미래당의 공동대표로 언급되고 있다. 미래당이 그렇게 호락호락 보수진영 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놔두고 볼 사람이 아닌 것이다.

실제 그는 지난 2일 국민의당 창당 2주년 기념식 모두발언을 통해 “떠나신 분들이 보수대야합을 위해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지만, 저는 제 목숨을 걸고 보수야합이라는 단어가 다시는 우리 당 내에서 떠돌아다니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주 전 원내대표나 김 원내대표는 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될 가능성도 크다. 보통의 국회의원보다 지역의 민원을 더 힘 있게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이들이 국회직이 아니라 이번 6월 지방선거에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도 열려있다.

호남의 입장에서 남는 과제는 새로 출범한 민주평화당을 어떻게 현실 정치에서 유의미한 정당세력으로 키워낼 것인가이다.

이와 관련, 지역에서는 호남의 정서나 이해에 충실한 정당들이 원내교섭단체를 각각 구성해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것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래당과 민평당이 헐뜯기에 열중할 것이 아니라 ‘윈윈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당·민평당 ‘윈윈 전략’ 찾아야


특히 이 같은 주장은 미래당이 원내 제3당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민평당도 함께 호남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 의원 중 민평당 합류를 원하는 의원은 ‘합의 이혼’ 시켜주라는 요구여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호남대 심연수 교수는 “적폐청산과 호남 낙후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호남 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면서 “안철수 대표와 미래당 공동대표로 거론되는 박주선 국회부의장 등이 호남 발전을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대들 서로 총질하지 마시라. 당신들은 적이 아니다. /jskim@kjdaily.com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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