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즐겨듣는 가요 목록 중에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있다. 가사가 참 좋다. 가끔 20대 청년인 아들과 딸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며 응원해주고 싶을 때가 많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그댄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 그대 힘든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그러나 과연, 우리 기성세대가 이 시대 청년들에게 자신있게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말할 수 있는가? 없다. 간절히 일하고 싶어 환장한 20~30대 청년에게 ‘좀 기다려라. 걱정말라’고 우리는 말할 수 있는가? 없다.

이 나라의 청년 일자리 문제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9%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2014년 처음 9%대에 접어든 이후 떨어지긴 커녕 오히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일자리 문제는 더 심각하다. 취업 준비생과 아르바이트생, 취업을 원하는 청년 등을 모두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무려 22.7%다. 청년 5명 중 1명꼴이다. 이념·성별을 불문하고 ‘청년 일자리’는 이 시대 난제 중 난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웬만하면 화를 잘 내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서 ‘무사 안일한 행태’를 짚으면서 강하게 질책했다. 야단맞아도 싸다. ‘지난 10여 년 간 정부가 21회에 걸쳐 청년 고용 대책을 내놨지만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것은 정부 대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여전히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는 고정관념이 정부에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맞다. 문 대통령은 ‘정책의 최우선 순위’, ‘최대한 정책을 조기에 집행’ 등 표현을 써가며 각 부처가 속도감을 내줄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질책하자 부랴부랴 모든 부처가 청년일자리 챙기겠다고 부산하다. 기획재정부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청년 일자리 대책본부’ 설립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일자리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과 함께 한달 동안 서울과 부산·대구·경인·광주·대전 등 6개 권역을 돌며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 버스를 운영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들도 일자리안정자금 홍보물을 돌리는 등 홍보활동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지는 알 것 같다. 역대 정부도 청년일자리 만들기에는 총력 경주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정부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정부와 공기업·민간기업이 기본 일자리를 늘리고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의 의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의욕은 최고 상태인데,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없는데다, 대다수가 원하는 일자리는 연줄·학맥·인맥 아니면 꿈꿀 수 없는 비리온상인게 문제다.

얼마전 정부가 공공기관과 공직 유관단체의 채용비리에 대해 석 달가량 벌인 특별점검 결과 1천190개의 공공기관·지방 공공기관·공직 유관단체 중 946개 기관·단체에서 모두 4천788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 전체 점검대상 기관·단체의 약 80%에서 비리가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앞서 작년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11월 범정부 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275개 공공기관, 659개 지방 공공기관, 256개 공직 유관단체의 최근 5년간 채용 업무 전반에 대한 전수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적사항 중 83건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255건은 해당 기관에 징계나 문책을 요구했다. 또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단체 임직원 390명에 대해서는 즉시 해임·업무배제·퇴출 등 조치를 하기로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낙연 국무총리는 “우리 사회의 일류대학 카르텔을 얼마나 더 공고히 하려고 이런 작태를 벌였는지, 점수를 얹어 주어야만 합격할 정도의 일류대학 출신은 어디에 쓸 것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채용비리는 청년들의 기대를 배반하고 사회의 신뢰를 훼손한, 중대한 적폐”라며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사법 처리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대다수 청년이 가고싶은 직장인 금융권을 포함한 공공기관이 출신학교나 지역, 스펙을 보지 말고 실력과 업무 잠재력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블라인드 채용 같은 공정한 채용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몇백 조를 쏟아부어 청년일자리를 창출해도 청년에게 희망을 주기 어렵다. 우리나라 청년자살율이 매우 높고, 그 이유가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법 비리채용으로 열심히 공부한 청년들의 꿈을 짓밟는 것은 살인행위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금융권·공공기관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채용비리를 근절하지 못하는 한 청년들의 미래, 나아가 국가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든 문제를 파악하고 있고, 대책까지 마련해 강력히 주문했는데도 공정한 채용문화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전 부처 장관이 책임을 져야할 사안이 발생한다.

이래도 저래도 걱정, 사방팔방 다 막혀있는 청년 일자리 문제, 광주·전남 지역사회만이라도 지혜를 모아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6·13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선량들이 가장 관심 가져야 할 정책이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