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마음을 얻는 자,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자.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 구도가 ‘그들’이 아닌 ‘우리’를 위한 성과로 이어지도록 투표하자.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이하 문, 안) 각 당 후보들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문재인 대세론’이었다. 후보가 정해지고 나자 문을 지지하지 않는 층이 안에게 무더기로 쏠렸다. 대세론은 사라지고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한국갤럽의 3월 마지막 주와 4월 첫 주 조사를 비교해 보면, 일주일의 시간차로 안의 지지율이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문은 충청권에서 15%, 대구·경북에서 10%가 빠졌다. 다른 지역에서는 모두 상승했는데 그 중 호남(14%)과 인천·경기(12%) 지역의 상승세가 눈에 띤다.

한국갤럽의 조사를 절대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10%가 넘는 변동은 의미가 있다. 인천·경기에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많다. 갤럽의 조사 수치를 범호남 민심이 문 쪽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다. 영남과 보수 민심 또한 안에게 이동 중이다.

홍준표·유승민의 합산 지지율은 대구·경북이 29%, 부산·울산·경남이 17%이다.(한국갤럽 4월 첫 주 조사) 확장 가능한 안의 영토가 적지 않게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문에게는 확장 가능한 영토가 별로 없다. 가장 큰 덩어리로 있는 게 범호남 민심이다. 범호남 민심은, 그것이 문에게 이동한 만큼 안의 지지율이 빠지고 안에게 이동한 만큼 문의 지지율이 빠지는 ‘제로섬’ 영역이다. 그래서 범호남 민심의 이동은 파괴력이 크다. 이 대목에서 안철수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안이 자신의 지지세를 굳히고 확장을 시도하려면 호남의 진보적 성향에 호소하거나 홍·유로 대표되는 영남의 콘크리트 보수 성향에 호소해야 한다. 둘은 상극이어서 어느 쪽에 호소하던지 다른 쪽의 지지가 빠져 나갈 수밖에 없다. 딜레마다.

반면에 문은 호남의 진보성향에 적극 호소하면 기왕의 지지세도 굳히면서 범호남 민심의 이동을 촉진시킬 수 있다. 딜레마에 빠질 일이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문은 가계부채 총량제 도입, 약속어음 및 연대보증제 폐지, 한국 동의 없는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 반대 등 연일 진보적인 정책을 내 놓고 있다.

안은 지금 사드배치, 개성공단, 재벌관련 법안 등에서 이전과는 후퇴한 보수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지지세 굳히기와 확장을 위한 전략이다. 홍·유가 점유하고 있는 지지를 가져 오려면 더 ‘강력한’ 보수적 입장을 내 놓아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확장을 위한 안의 노력이 보수 쪽으로 기운다면 국민의당을 지지해준 호남민심 뿐 아니라 중도성향의 안 지지자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딜레마’를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얼미터 조사(전국 지방지 7개 신문사 의뢰, 4.7~8일)에 따르면, 문 지지층의 21.7%가, 안 지지층의 28.6%가 “지지후보를 교체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문과 안이 지지층의 요구에 어긋나면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지표이다.

호남의 경우 다자 대결보다 문-안 양자 대결 시 문 지지가 더 오르고 안 지지는 빠졌다. 민주화 이후 여섯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은 언제나 한 쪽에 몰아주는 투표를 해 왔다. 호남의 판단이 범호남민을 거쳐 전국의 민주세력에게 확산되는 선거 패턴도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일곱 번째인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문과 안,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민심이 양분되어 있다. 광주의 판단이 예전처럼 전국으로 확산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호남의 판단이 승리하면 나라가 좋아졌고, 호남의 판단이 패배하면 나라가 엉망이 되었다는 점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호남민들이 좋아하고 호남민들이 바라는 정책과 발언을 내 놓는 후보를 선택하는 게 정답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과감히 내쳐야 한다. 호남의 미래,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는 선거다. 촛불민심의 바람을 현실화시키는 선거다. 호남의 마음을 얻는 자,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자. 그럴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