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4일 법제사법위와 정무위 등 11개 상임위에서 국정감사 2주차 일정을 재개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한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을 선언한 지 일주일 만이다.

김재수 장관 임명동의안 채택에서부터 시작된 일련의 정치 상황에서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좋은 측면이건, 그 반대의 평가이건 간에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황 의원은 지난달 6일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내는 걸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동료 의원들을 설득했다. 이날 발언은 전날 더민주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등 야3당 원내대표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발표한 직후여서 명백한 ‘반기’로 받아들여졌다.

황 의원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밝힌 해임건의안 반대 이유는 “해임건의안은 공연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정국 파행이 번연한 일부 야당의 해임건의안 정책에 국민의당이 들러리 서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황 의원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국민의당은 두 야당과 달리 해임건의안을 내는데 참여하지 않게 된다. 물론 며칠 뒤 결국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알리고 야당 간의 강력한 협조를 이끌어내야 했던 이들의 입장에서 황 의원은 그야말로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이후 황 의원은 자신의 ‘재선일지’를 통해 해임건의안을 반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상히 밝히고,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법 절차상의 문제를 들었다. 그는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개최해 청문 결과를 놓고 할 수 있는 권한은 딱 한가지다”면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 청문 과정과 청문 결과에 대한 청문위원들의 평가 결과를 담아 대통령에게 보내는 일이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내용을 대통령이 받아들이냐 마느냐는 대통령의 몫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에 보장된 해임건의안은 임명되어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자에 대해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면서 “법과 헌법 취지에 따르면 인사청문회에서의 문제는 해임건의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이 다른 의원들과 달리 김재수 해임건의안을 앞서 반대한 이유는 결국 그가 국무위원 해임 문제와 관련한 법적·절차적 지식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전문성이 높았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시각이나 분석은 자신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반대 진영에 의해 반격의 호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당장 새누리당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황 의원에 대해 “담대한 용기”라며 극찬하고 “정치공세와 건전한 비판을 구분하고 민의(民意)를 존중하는 황주홍 의원의 경우와 같은 사례가 많아져야 국민과 국가만을 바라보는 정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촌평했다. 그는 또 “이러한 행동이야말로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 모두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양심의 정치”라면서 “당과 정파적 이익을 넘어, 국민을 향한 아름다운 울림”이라고 극찬했다.

그렇다면, 황 의원은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으로부터 극찬을 들어 행복했을까? 국민의당 소속 동료의원들은 여당으로부터 극찬을 들은 황 의원을 부러워했을까? 아닐 것이다. 아마도 황 의원이 없는 곳에서 그의 ‘뒷담화’를 까느라 하루 저녁이 부족했을 것이다.

진영논리에 매몰된 ‘검투사’ 집단에서는 전문가보다는 충성도 높은 인물이 더 효용가치가 높다. 그래야 매일 벌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자신들의 적을 없애고 승리를 얻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열리는 여야의 각종 전문가 토론회·간담회는 그래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보다 ‘싸움닭’을 모셔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은 현안에 대한 전문가적 입장을 밝히기 보다는 자신을 추천한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느라, 정작 전문지식은 꺼내놓지도 못한다.

이 토론회를 언론에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싸우고, 회의진행과 관련한 의사진행발언을 여당 측이 몇 명, 야당 측이 몇 명이 할 것인가를 두고 또 싸운다. 이러다 보면 정작 토론해야할 그 주제는 이미 어디로 사라지고, 말투가 왜 그러냐, 복장은 왜 그 모양이냐 등등 본질과는 상관없는 상대방 흠집내기가 판을 치게 된다. 정치권이 토론에서의 승리를 위해 전문가보다 싸움닭을 먼저 찾는 이유는 이것이다.

예컨대 발등의 불로 닥친 북한 핵문제나 사드 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군사 및 외교 전문가들의 식견이 필요하다. 아마추어들이 섣불리 건들 문제가 아닌 것이다. 뿐인가. 정부 주도의 역사왜곡 문제, 백남기 농민 사망을 둘러싼 책임론 등 현재 대한민국은 각 분야 진짜 전문가들의 식견이 필요한 곳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내년 말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싸움닭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기제로 작동할 것이다. 명백한 사실(팩트)을 앞에 두고서도, 올바른 해결책이 나오기 보다는 사실을 왜곡하고, 없는 사실을 날조하는 소음만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이미 대선전쟁은 시작됐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전문성을 갖춘 싸움닭이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가 될 것인지, 싸움닭이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요즘이다.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