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김병욱 박 정 소병훈 손혜원 신동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 6명이 8일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국내 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했다.이들의 방중은 청와대까지 방중 재검토를 요청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국내외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중국의 언론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더민주 초선 의원 6명의 중국 방문과 관련, “국익이 우선돼야 하지 않겠나”라며 “결과적으로 방중이 중국의 입장을 강화하고 우리한테는 내부 분열을 심화시키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김성우 홍보수석이 낭독한 입장문을 통해 중국 관영매체의 사드 비판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여섯 분의 방중 계획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청와대에 이어 여당인 새누리당도 더민주 초선 의원 6명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이미 하루 전 이들의 방중을 ‘매국 행위’로 규정하는 등 극렬하게 반발한 바 있다. 지상욱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가 간 외교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최고 전문가가 나서도 어려운 일인데, 정부가 하는 일에 무조건 반대하고 보자는 청개구리식 인식만 있는 아마추어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폄훼하고 “자신들이 속한 당 대표는 물론 대다수 국민이 얻을 것은 없고 중국에 이용만 당해 결국 국익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음에도 기어코 가고만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맞느냐”고 공격했다.

여당·일부언론 ‘딴죽걸기’

일부 보수언론들의 ‘딴죽걸기’도 만만치 않게 전개됐다. 어떤 언론사는 6명 의원들의 출신대학과 전공 등을 세세히 밝히며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들이 한중관계나 북중관계, 북한 핵 문제 등과 관련한 전문가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공을 들였다. 또 어떤 기사는 이들에 대한 SNS 상의 반응을 전하면서 이들의 방중에 대한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언론의 분위기가 대체로 비판적인 것처럼 돌아가는데다, 같은 당 소속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마저 “괜히 갔다가 중국에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명하자, 이들은 상당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방중을 주도한 한 의원은 출국수속 전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표정으로 “청와대의 입장표명 이후에 상당히 마음이 무겁고 사명감도 굉장히 생겼다”면서 “우리는 오로지 지금 냉각기에 빠져드는 한중 양국의 외교관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청와대의 재검토 요청에 대해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진작 청와대 정무수석이 당 지도부와 이런 우려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방문이 무산됐으면 마치 대통령이 방중을 가로막는 비슷한 모양새가 취해지면서 외교적 파장이 굉장히 크게 될 것”이라면서 “더 무거운 마음으로 더 지혜로운 마음으로 당당하게 중국에 다녀와서 조금이라도 정부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무거운 표정과 “조금이라도 정부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말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당초 이들이 처음 방중을 결심했을 때의 결기가 한발 후퇴한 것 같은 느낌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더민주 초선 6인 결기 ‘후퇴(?)’

요즘 인터넷에서는 지난 5일 저녁 8시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24번째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방송인 김제동의 발언 내용이 화제이다. 당시 김씨는 사드와 관련한 박근혜정부의 조치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성주 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의 활동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평화운동이 성주에서부터 시작돼서 전국으로 뻗어나가면, 우리나라 사상 최초로 분단을 극복해 통일신라 이후 가장 강력하고 넓은 영토를 가진 최초의 민주주의 통일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피력하며 “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나라를 물려주는 것을 성주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역설했다.

특히 최고 권력인 청와대와 대척점에 서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성주군민들에게 김제동은 헌법 조항을 열거하며 “여러분들의 모든 행위는 대한민국 헌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빨갱이나 종북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반헌법적 프레임에 갇히고 있다는 것은 똑똑히 알아두시라. 쫄 필요도 없고, 기죽을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그대들 역시 쫄지 마시라. 그대들은 평범한 시민이 아니라 300명 헌법기관 중 한 명이시다. 헌법 61조에는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있다. 국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사드배치는 명백히 국정감사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대들의 방중은 정당성과 필요성을 갖는다. 국회의원이 필요할 경우 국내 주요 현안과 관련된 정보 수집이나 동향 파악을 위해 외국을 방문하는 것은 충실한 의정활동을 위해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국회의원들이 청와대나 일부 보수언론의 ‘겁박’에 위축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경북 성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 사람들은,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위해 사드를 반대하는 평범한 시민들은 어떻게 버티란 말인가? 그대들, 제발 쫄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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