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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초보시절
김종완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교수

2016. 07.25. 20:16:48

최근 순천 출장길에 올랐다. 시간 여유가 있어 삭막한 고속도로보다는 한적하게 지나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일반도로를 택해 운전했다.

한적한 길을 지나가는데 4명의 아주머니가 도움을 청하는 손짓을 했다. 차량을 멈추고 “무슨 일이십니까?” 물었다. 차 주인 아주머니가 “차가 가다 섰는데 뚜껑(보닛)만 열면 고칠 수 있는데” 했다.

나는 운전석에 있는 보닛 레버를 당기고, 다시 자동차 정면에 가서 락(Lock)을 살짝 올려 보닛을 열었다. 원인은 배터리 단자가 헐거웠는지 단자 홀더가 배터리에서 분리돼 차가 서 버린 것이었다.

스패너로 단자를 통통쳐서 연결한 후, 시동을 걸어보라고 하니 시동이 걸렸다.

이때 아주머니가 말하길 “봐라, 뚜껑만 열면 고칠 수 있다고 했잖아.”

여성운전자의 경우 자동차 정비 등 차량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자동차는 그냥 휘발유만 넣으면 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직 교통참여자로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은 여러 모습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과거에 초보운전자는 1년에서 3년 미만의 운전경력을 가진 사람을 말하며, 차량 뒤쪽 하단에 10X30㎝ 황색 바탕에 초록 글씨로 ‘초보운전’이라는 팻말을 부착하고 다니도록 도로교통법에 명시됐던 적이 있다.

이는 선배운전자가 운전이 서투른 운전자를 보호하라는 의미의 조치였던 것이다. 그러나 선배운전자가 초보운전자를 보호해주기는커녕, 무시하고 교통사고의 책임을 떠넘기는 수단으로 전락해 현재는 사문화되고 삭제됐다.

교통참여자들에게 회자되는 말 중 ‘김 여사 운전’이라는 말이 있다. 운전이 미숙한 중년 여성들을 폄하할 때 쓰는 신조어로 ▲차를 운전하면서 사고를 자주 내는 아줌마 ▲교통법규를 무시하거나 소통에 방해를 줘 폐를 끼치는 여성운전자를 말한다.

지금이야 많은 여성운전자들이 있지만, 과거에는 적었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해도 배려보다는 여성운전자니까 라는 편견을 지녔고, 이러한 소수에 대한 폭력적 시각이 적폐로 남아 ‘김 여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 졌다.

1980년대 운전면허증 소지자의 대부분은 90% 이상이 남성이었는데 그 당시 여성이 운전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운전이 서툰 여성운전자를 무시하면서 “집에서 밥이나 하지, 차는 끌고 나와서 민폐를 끼치느냐?”고 무안을 주었다. 당시 여성 운전자는 대꾸도 못하고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요즈음 운전자 중 열에 네다섯은 여성운전자로 1980년대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창문을 열고 “그래, 쌀 팔러 나왔다”라고 맞대응한다고 한다.

현실을 보면 남성운전자들 중에서도 운전 실력이 부족하거나 난폭운전으로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로 적지 않다.

그런데 남자들의 그런 행동은 운전자의 개개인의 탓으로 돌릴 뿐, 일반화해 ‘김 사장 운전’이라는 단어를 따로 쓰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교통문화의 ‘갑을관계’라고 볼 수 있다. 즉 약자 및 소수자의 위치를 갖고 있는 초보운전자와 여성운전자에 대한 일종의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초보운전자가 나의 자녀이거나 손자·손녀라면, 여성운전자가 당신의 어머니라면, 이모, 고모, 여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운전한다면 후배 교통참여자들이 보다 마음 편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배려운전을 실천할 것이고, 그 혜택은 우리의 가족, 친척 등에게 또 돌아올 것이다. 이런 선순환의 시작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선배운전자로서의 역할이다.

광주매일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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