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적개심이다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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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7. 12(화) 20:08 가+가-
한미 양국이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공식 결정하면서 국내 정치권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이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특히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배치에 극도로 민감한 것은 미국이 동아시아에 새 미사일방어(MD) 거점을 구축해 역내 ‘전략적 균형’을 흔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인식하는 한국의 동북아 내 전략적 위치와도 관련되는 문제여서 그간 구축된 한중간 전략적 소통 관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자는 공교롭게도 사드 문제가 터지기 직전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한 중국 단기연수에 참여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있었던 김경일 북경대 교수의 북한 핵 관련 강의는 주목할 만 했다.
북중관계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그는 ‘북중관계 현황과 한반도’란 주제의 강의를 통해 “현재의 북핵문제가 이처럼 꼬인 것에 대한 책임은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있다”며 미국과 북한의 ‘합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북핵문제가 현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세계 최강 군사대국 미국에 맞서 정권의 안녕을 유지해야 하는 북한 지도부의 ‘생존본능’ 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적절한 긴장감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정책적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이 갖고 있는 핵 관련 기술이나 능력을 미국이 과소평가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었다.
“북핵문제는 미·북 모두의 책임”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래도 미국은 북핵 문제로 많이 피곤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여전히 장악함으로써 지킬 것은 지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불완전한’ 핵만 가졌을 뿐 세계를 잃었기 때문에 “북한이 진 게임”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종종 수평적 비교대상이 되는 ‘한미관계’와 ‘북중관계’도 많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나 군사적 문제에 있어 한국에 대해 미국은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나, 중국은 북한에 대해 ‘한미관계’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시작전통제권을 여전히 미국에 맡겨두고 있는 한국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된다.
중국은 물론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기 위한 비핵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이 한반도에서 전쟁과 혼란을 막고, 미국이나 일본의 중국 쪽으로의 세력 확장을 막는 길이라면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전통적인 입장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상징적 의미만 남아있는 ‘북중우호조약’의 경우도 폐기하는 것 보다 그래도 놔두는 것이 중국과 북한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중국 외교부의 판단이다.
김 교수는 “사실, 어떤 강대국이 동북아 국제질서를 새로 만들려고 한다면, 가장 빠른 길은 전쟁일 수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신속하게 결판이 나기 때문이다”면서 “하지만 한반도와 주변 국가들이 대화를 선택한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중국이 보다 큰 관심을 갖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그 자체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통일’의 과정이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사적인 자리에서 북한측 학자들과 토론했던 내용도 소개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핵무기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큰 소리치고 있으나, 미국이나 한국은 북한의 기술력을 그 정도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실제 미국 본토까지 핵무기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날이 바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날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북한은 절대로 장거리 핵미사일 발사 기술을 개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주장은 매우 의미심장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 발사기술 개발에 성공하지 않을 때까지 북한 핵은 결코 미국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없으며, 단지 ‘북미 관계개선’이나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려는 북한의 대미 협상카드일 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기술’의 함의
김 교수는 강의 막바지에 북핵 해결과 관련한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던졌다. 김 교수는 “핵보다 무서운 것은 적개심이다. 강대국들이 인도나 파키스탄의 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이들이 국제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당장 미국, 일본, 한국은 물론 최근에는 심지어 중국에 이르기까지 적개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통일에 대한 노력은 북한의 적개심을 없애는 것에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지적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폐기된 이른바 대북 ‘햇볕정책’이 한반도 상황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정책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햇볕정책’은 남한과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적개심을 없애고자 하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이번 사드의 논란을 보면서 필자는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 4개국이 서로 상대방에게 갖고 있는 적개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지금 한반도는 역내 국가 간 적개심이 커지면서 전쟁의 위험도 점점 임계점에 육박해가는 중차대한 상황인 것이다.
특히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배치에 극도로 민감한 것은 미국이 동아시아에 새 미사일방어(MD) 거점을 구축해 역내 ‘전략적 균형’을 흔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인식하는 한국의 동북아 내 전략적 위치와도 관련되는 문제여서 그간 구축된 한중간 전략적 소통 관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자는 공교롭게도 사드 문제가 터지기 직전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한 중국 단기연수에 참여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있었던 김경일 북경대 교수의 북한 핵 관련 강의는 주목할 만 했다.
북핵문제가 현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세계 최강 군사대국 미국에 맞서 정권의 안녕을 유지해야 하는 북한 지도부의 ‘생존본능’ 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적절한 긴장감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정책적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이 갖고 있는 핵 관련 기술이나 능력을 미국이 과소평가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었다.
“북핵문제는 미·북 모두의 책임”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래도 미국은 북핵 문제로 많이 피곤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여전히 장악함으로써 지킬 것은 지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불완전한’ 핵만 가졌을 뿐 세계를 잃었기 때문에 “북한이 진 게임”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종종 수평적 비교대상이 되는 ‘한미관계’와 ‘북중관계’도 많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나 군사적 문제에 있어 한국에 대해 미국은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나, 중국은 북한에 대해 ‘한미관계’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시작전통제권을 여전히 미국에 맡겨두고 있는 한국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된다.
중국은 물론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기 위한 비핵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이 한반도에서 전쟁과 혼란을 막고, 미국이나 일본의 중국 쪽으로의 세력 확장을 막는 길이라면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전통적인 입장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상징적 의미만 남아있는 ‘북중우호조약’의 경우도 폐기하는 것 보다 그래도 놔두는 것이 중국과 북한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중국 외교부의 판단이다.
김 교수는 “사실, 어떤 강대국이 동북아 국제질서를 새로 만들려고 한다면, 가장 빠른 길은 전쟁일 수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신속하게 결판이 나기 때문이다”면서 “하지만 한반도와 주변 국가들이 대화를 선택한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중국이 보다 큰 관심을 갖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그 자체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통일’의 과정이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사적인 자리에서 북한측 학자들과 토론했던 내용도 소개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핵무기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큰 소리치고 있으나, 미국이나 한국은 북한의 기술력을 그 정도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실제 미국 본토까지 핵무기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날이 바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날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북한은 절대로 장거리 핵미사일 발사 기술을 개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주장은 매우 의미심장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 발사기술 개발에 성공하지 않을 때까지 북한 핵은 결코 미국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없으며, 단지 ‘북미 관계개선’이나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려는 북한의 대미 협상카드일 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기술’의 함의
김 교수는 강의 막바지에 북핵 해결과 관련한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던졌다. 김 교수는 “핵보다 무서운 것은 적개심이다. 강대국들이 인도나 파키스탄의 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이들이 국제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당장 미국, 일본, 한국은 물론 최근에는 심지어 중국에 이르기까지 적개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통일에 대한 노력은 북한의 적개심을 없애는 것에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지적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폐기된 이른바 대북 ‘햇볕정책’이 한반도 상황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정책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햇볕정책’은 남한과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적개심을 없애고자 하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이번 사드의 논란을 보면서 필자는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 4개국이 서로 상대방에게 갖고 있는 적개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지금 한반도는 역내 국가 간 적개심이 커지면서 전쟁의 위험도 점점 임계점에 육박해가는 중차대한 상황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