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광주 방문’ 해프닝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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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5. 17(화) 19:03 가+가-
전두환 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한 인사가 5월단체 대표들에게 전 씨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김충립 한반도프로세스포럼 대표는 지난 11일 “(5·18) 당시 중요직에 있었고 3개월 후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빌고, 남은 가족을 위로하고 총체적인 유감을 뜻을 표한다”는 전 씨의 입장을 5월 단체대표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장관이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국민 앞에서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비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총체적인 유감이라는 말에는 ‘죄송하다’, ‘잘못했다’가 포함된 것”이란 궤변도 늘어놨다.
대통령의 사죄는 예의가 아니다?
장관이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국민 앞에서 죄송했다, 잘못했다고 비는 것을 두고 예의가 아니라니 이 무슨 망발인가.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그 대통령의 할아비이든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당연히 잘못을 빌고, 잘못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김 씨가 기자들에게 한 말은 그의 생각이 얼마나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며, 그가 속한 측근 그룹이 얼마나 반민주적 집단인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전 전 대통령 측의 반응이다. 전 씨의 최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김 대표의 광주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전 전 대통령은 김충립씨와 친분이 없다”며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광주에 특사로 보낼 일이 있겠느냐. 김 씨의 주장은 사기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 전 비서관은 특히 “5공 시절 특전사 보안대장이었고, 당시 전 전 대통령의 심복이었다는 (김 씨의) 주장도 의심스럽다”면서 “소령이었던 김 대표가 전 전 대통령의 심복이었을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치고
김 씨가 정말 전두환의 특사로 5·18단체 대표들을 만난 것인지, 민 전 비서관의 말처럼 김 씨의 사기극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이번 일은 ‘광주’는 가만히 있는데 5·18가해자 집단의 일부가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친 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충립 한반도프로세스포럼 대표는 과연 누구인가. 현직 목사인 그는 경북 봉화 출신으로 17대~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충환 전 한나라당 의원의 친형이다.
전두환 특사 주장 설득력 약해
1947년생인 김 씨는 미주한인장로회신학대학 교수,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정치권에도 많이 들락거렸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기호 8번을 받았으나 이후 선거에 불참, 등록무효 조치되기도 했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기독자유민주당 대표로 비례대표 1번을 받아 여의도 입성을 노렸으나 이 또한 무산됐다.
사실 김 씨는 5·18의 단초가 된 12·12 군사반란과 관련된 인물이다. 김충립은 1970년대 초반 수도경비사령부 보안반장, 1979년 특전사령부 보안반장을 지냈다. 12·12 당시 그는 보안사령부의 특전사 파견반장으로 정병주 특전사령관에 대한 전화감청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볼 때 김충립은 전두환의 여러 수족 가운데 한 명일 뿐, 36주기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특사로 파견되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그는 광주와 아무런 연고가 없어 전두환 특사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전두환 광주방문설’은 그 진정성 여부로 인해 결국 해프닝으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왜 김 씨와 같은 전두환 측근 그룹들은 가만히 있는 ‘광주’를 놓고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치고 했던 것일까. 그것은 결국 도둑놈이 제 발 저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국의 민주화는 ‘5월 광주’ 문제의 해결을 둘러싸고 나타난 제 세력들의 힘의 역학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왔다. 학살의 당사자들이 집권했던 5공 시기에는 ‘폭도들에 의한 난동’으로, 1988년 여소야대 정국 이후에는 국회 청문회를 통해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다시 3당합당으로 여대야소 정국으로 바뀐 뒤에는 국회 광주특위가 표류하는 등 집권세력이 누구냐에 따라 ‘광주’의 부침은 계속돼왔다. ‘광주’의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어떤 집단이 존재하는 이상 ‘광주’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상처 딱지가 굳을만하면 다시 상처가 나고, 또 굳을만하면 또 상처가 나는 반복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5·18 36주기를 맞은 오늘 아침, 여전히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는 집권세력의 군색한 변명들과 마주하면서, ‘살아남은 자’의 책무를 곱씹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jskim@kjdaily.com
jskim@kjdaily.com
보도에 의하면 김충립 한반도프로세스포럼 대표는 지난 11일 “(5·18) 당시 중요직에 있었고 3개월 후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빌고, 남은 가족을 위로하고 총체적인 유감을 뜻을 표한다”는 전 씨의 입장을 5월 단체대표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장관이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국민 앞에서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비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총체적인 유감이라는 말에는 ‘죄송하다’, ‘잘못했다’가 포함된 것”이란 궤변도 늘어놨다.
장관이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국민 앞에서 죄송했다, 잘못했다고 비는 것을 두고 예의가 아니라니 이 무슨 망발인가.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그 대통령의 할아비이든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당연히 잘못을 빌고, 잘못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김 씨가 기자들에게 한 말은 그의 생각이 얼마나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며, 그가 속한 측근 그룹이 얼마나 반민주적 집단인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전 전 대통령 측의 반응이다. 전 씨의 최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김 대표의 광주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전 전 대통령은 김충립씨와 친분이 없다”며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광주에 특사로 보낼 일이 있겠느냐. 김 씨의 주장은 사기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 전 비서관은 특히 “5공 시절 특전사 보안대장이었고, 당시 전 전 대통령의 심복이었다는 (김 씨의) 주장도 의심스럽다”면서 “소령이었던 김 대표가 전 전 대통령의 심복이었을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치고
김 씨가 정말 전두환의 특사로 5·18단체 대표들을 만난 것인지, 민 전 비서관의 말처럼 김 씨의 사기극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이번 일은 ‘광주’는 가만히 있는데 5·18가해자 집단의 일부가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친 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충립 한반도프로세스포럼 대표는 과연 누구인가. 현직 목사인 그는 경북 봉화 출신으로 17대~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충환 전 한나라당 의원의 친형이다.
전두환 특사 주장 설득력 약해
1947년생인 김 씨는 미주한인장로회신학대학 교수,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정치권에도 많이 들락거렸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기호 8번을 받았으나 이후 선거에 불참, 등록무효 조치되기도 했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기독자유민주당 대표로 비례대표 1번을 받아 여의도 입성을 노렸으나 이 또한 무산됐다.
사실 김 씨는 5·18의 단초가 된 12·12 군사반란과 관련된 인물이다. 김충립은 1970년대 초반 수도경비사령부 보안반장, 1979년 특전사령부 보안반장을 지냈다. 12·12 당시 그는 보안사령부의 특전사 파견반장으로 정병주 특전사령관에 대한 전화감청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볼 때 김충립은 전두환의 여러 수족 가운데 한 명일 뿐, 36주기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특사로 파견되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그는 광주와 아무런 연고가 없어 전두환 특사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전두환 광주방문설’은 그 진정성 여부로 인해 결국 해프닝으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왜 김 씨와 같은 전두환 측근 그룹들은 가만히 있는 ‘광주’를 놓고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치고 했던 것일까. 그것은 결국 도둑놈이 제 발 저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국의 민주화는 ‘5월 광주’ 문제의 해결을 둘러싸고 나타난 제 세력들의 힘의 역학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왔다. 학살의 당사자들이 집권했던 5공 시기에는 ‘폭도들에 의한 난동’으로, 1988년 여소야대 정국 이후에는 국회 청문회를 통해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다시 3당합당으로 여대야소 정국으로 바뀐 뒤에는 국회 광주특위가 표류하는 등 집권세력이 누구냐에 따라 ‘광주’의 부침은 계속돼왔다. ‘광주’의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어떤 집단이 존재하는 이상 ‘광주’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상처 딱지가 굳을만하면 다시 상처가 나고, 또 굳을만하면 또 상처가 나는 반복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5·18 36주기를 맞은 오늘 아침, 여전히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는 집권세력의 군색한 변명들과 마주하면서, ‘살아남은 자’의 책무를 곱씹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jskim@kjdaily.com
jskim@kj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