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북한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단행된 개성공단 중단 등 최근의 남북문제와 관련한 국정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공조는 물론 한·미·일 3국간 협력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도 계속 중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자면, 앞으로의 대북 강경조치들이 더욱 강력하고, 종합적이며, 한국 주도적으로 진행될 것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그동안은 “전쟁은 결코 안 된다”는 입장에서 “계속 북이 도발하면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정부의 기본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여전히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조차 보유하고 있지 못한 상황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이처럼 강하게 핵개발 포기를 요구한 것은 등 뒤에 미국이란 세계 최강 핵무력 국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란 비판이 나온다. 말 그대로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 미국 믿고 ‘호가호위’

한국은 북한에 비해 경제력이 40배나 크다고 정부는 자랑하고 있지만, 한국군의 전쟁 수행능력에 대해서는 미국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국방부에서 열린 제47차 한미안보협의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이 주요한 능력을 완전히 가질 때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겠다”며 전작권 전환 조건에 대해서는 “한국군이 지휘통제, 정보능력 등과 같은 추가적인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아직은 능력이 안 된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한반도 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역시 과연 이것이 중국이나 북한의 무력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일본을 위한 것인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이는 자칫 중국과 미국 또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에 한국이 줏대 없이 나섰다가 ‘독박’ 쓰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 간의 전쟁인데도, 지정학적 위치 또는 나라의 힘이 없어 한반도가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역사적으로도 한두 번이 아니다.

줏대 없이 나섰다가 ‘독박’ 우려

1894-95년까지 벌어졌던 청일전쟁(淸日戰爭)은 청나라와 일본 간의 전쟁이었다. 청일전쟁이면 말 그대로 중국이나 일본 땅에서 전쟁이 벌어졌어야 했지만 그 주된 전쟁터는 안타깝게도 한반도였다.

1904-05년까지 진행된 러일전쟁 역시 러시아와 일본 간의 전쟁이다. 러일전쟁 역시 싸움의 주 무대는 한반도였다. 실제 일본군은 제물포에서 러시아 수군을 몰살시켰으며 압록강 전투 등 한반도 곳곳에서 전쟁을 수행했다.

일본군, 청나라군, 러시아군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한반도 이곳저곳으로 군대를 이동시키는 동안 조선반도는 그들의 군화 발에 유린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한제국의 일반 백성들은 주변 강대국들의 전쟁놀이에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자신들의 터전을 내놓은 채 두려움에 떤 것은 물론 종종 억울한 죽임을 당하기도 했던 것이다.

6·25전쟁도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지만 나중에는 남한과 북한의 전쟁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란 성격이 더해졌다. 남한은 1950년 7월, 북한은 같은 해 12월에 군 통수권을 각각 미국과 중국에 넘겼기 때문이다. 6·25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으로 성격이 변한 뒤에도, 전쟁터는 철저히 한반도에 국한됐다.

전투의 승패는 지휘관이 좌우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조선 조정은 자강파(自强派)와 의명파(依明派)로 갈려있었다. 자강파는 스스로 힘을 길러 나라를 다시 일으키자는 것이었고, 의명파는 명나라에 의존해서 나라를 유지해 가자는 세력이었다.

이순신, 의병과 함께 자강파에 속했던 서애 류성룡에 따르면 전투의 모든 승패는 전적으로 지휘관이 좌우한다. 그래서 모든 전쟁은 장군의 전쟁이다. 병사는 ‘강한 군대냐, 약한 군대냐’를 결정하는 반면 장군은 ‘이기는 군대냐 지는 군대냐’를 결정한다. 강한 병사는 강한 군대를 만들지만, 강한 군대가 반드시 이기는 군대는 아니다. 그것은 지휘관인 장군에 달렸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지휘관인가? 그는 강한 지휘관인가 아닌가? 그는 자강파(自强派)인가 의미파(依美派)인가? 그 물음에 대한 해답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