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올 4·13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공천 원칙과 기준을 밝혔다.

이날 김 대표가 밝힌 발언의 핵심은 ‘상향식 공천제 확립’으로 압축된다. 실제 김 대표는 “앞으로 공천 과정에 소수 권력자와 계파의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못할 것이며, 그 결과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계파 정치는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0% 상향식 공천제 확립은 정치개혁의 완결판이자 우리 정치사의 혁명”이라고 자평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서도 “비례대표도 당헌·당규에 따라 상향식 공천제를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공모와 심사 후 ‘국민공천배심원단’의 평가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될 것”이라며 시종일관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호남 공천, 여권인사 ‘무덤’ 돼



그동안 새누리당의 호남 지역 후보공천은 여권성향 인사들의 ‘무덤’이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쟁력있는 인사들의 기피로 야권 후보들에 비해 경력·인지도 등에서 뒤지는 인사들을 공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름 인물경쟁력을 갖춘 후보였다고 해도 견고한 지역주의 선거구도로 인해 대부분 정치적 생존이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여권의 호남권 후보공천에 대한 관심은 지역구보다는 오히려 비례대표 상위순번에 누가 가느냐에 모아졌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동안 있었던 여권의 호남권 비례대표 공천은 ‘낙제점’ 수준이란 평가를 벗어나기 어렵다.

새누리당의 입장에서 호남에 교두보를 마련하려면 참신함과 능력은 기본이고, 지역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인물을 비례대표로 공천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여권은 출신만 호남일 뿐 생활근거지는 서울·수도권인 사람들 중심의 공천 관행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주영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이 호남 몫으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6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껍데기’만 호남인 인물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지역 내 반발여론 때문이었다. 그 결과 2012년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역에서 헌신해오고 신망을 얻는 분을 비례대표에 배려할 것을 분명히 약속한다”며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중앙에서 활동해온 사람은 절대로 배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광주·전남 출신 비례대표는 2번 임두성(해남) (사)한빛복지협회장, 6번 김장수(광주) 전 국방부장관, 7번 김소남(보성) 전국호남향우회 여성회장 22번 이정현(곡성) 전 한나라당 수석 부대변인, 28번 박재순(보성) 전 전남도청 기획관리실장이 이름을 올렸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10번 이내의 상위순번을 받은 광주·전남 인사 중 임두성 회장은 한센병을 극복한 인물, 김장수 전 장관은 국방 전문가 영입 케이스였고, 순수한 호남 배려는 김소남 회장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 등은 광주·전남 지역에 뿌리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8년이 지난 지금 김장수 전 장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거쳐 주중대사로 활동하고 있을 뿐 다른 인사들은 호남에서의 세 확장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당선 가능성이 애매한 22번을 받은 이정현 의원은 다행히 국회 입성에 성공한 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을 거쳐 지난 2014년 7·30 순천·곡성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옷을 입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28번을 받았던 박재순 전 실장은 순번이 낮아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는 못했으나 이후 정권의 배려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역임하는 등 농어촌 분야에 족적을 남겼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의 성공사례라 할 만한 김장수 대사, 이정현 의원, 박재순 전 사장의 공통점은 지역에서 초중고교를 나오는 등 지역적 뿌리가 깊다는 점이다. 실제 이정현 의원은 순천 주암중과 광주 살레시오고, 김장수 대사는 광주일고, 박재순 전 사장은 광주서중과 조대부고를 졸업했다.



호남몫 비례, 기존 사례 따져봐야



김무성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중 한명이다. 유력 경쟁 후보들에 비해 호남에서의 지지는 낮지만, 그가 진정 대권을 원한다면 어떡하든 자신에 우호적인 호남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김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을 추진함에 있어 앞서 언급한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지역의 입장에서도, 능력있고 참신하며 지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 예산철이 되면 ‘단 1명의 여당 국회의원이 여러 명의 야당 의원보다 낫다’는 일부 공무원들의 농담(?)이 있을 만큼 여당 국회의원의 존재는 지역발전과 긴밀히 맞물려있다.

고향의 발전을 위해 정말 필요하고, 능력있는 인재가 단지 소속 정당 때문에 날개를 펴지 못하고, 총선용으로만 소모되고 만다면 그 피해 역시 고스란히 호남이 안을 수밖에 없다.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