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시장 경선이 말 그대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직함만 들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3선 국회의원 김동철과 강기정, 재선의 정책위의장 장병완, 최고위원 박혜자, 광주시당 공동위원장 임내현 등 5인이 광주시장 경선에 나선 윤장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이것이 바로 국민과 광주시민의 요구이자 명령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광주시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공정한 경선을 위해 진력해야 할 책임있는 국회의원들의 아전인수격 기자회견이 황당하다는 반응이 적잖다.

당연히 이들의 ‘갑작스런’ 기자회견의 배경이 무엇인지, 혹시 중앙당의 유력자와 사전에 교감을 나눈 것 아닌지 등등 상상력이 가미된 ‘정치공학적’ 소문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몇 가지만 간추리면 ▲윤장현 후보는 강운태·이용섭 후보에 비해 다루기 쉽고 시장직을 한번만 할 사람이기 때문에 차기 광주시장에 뜻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합의한 것 ▲3명은 특정고 학맥 때문에, 1명은 특정후보에 대한 ‘원한’ 때문에, 다른 1명은 그냥 ‘대세’를 따른 것 ▲앞으로 전개될 당내 대권 경쟁을 앞두고 안 대표의 경쟁자 중 한명인 모 고문의 지원을 받고 있는 후보를 탈락시키려는 것 등등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시장 경선전이 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우려스런 상황으로 흐르는 것은 호남지역 광역단체장 공천 룰에 관한 최종 정무적 판단을 안철수·김한길 두 대표에게 위임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이는 호남에 있어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당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인데, 자칫 두 대표에게 위임된 ‘정무적 판단’을 광주시민들의 의사를 묻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면 곤란하다.

다른 지역민들도 마찬가지지만, 광주시민들의 입장에서 이번 6·4지방선거는 ‘지방’ 없이 철저히 ‘중앙’이 좌지우지하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다뤄야 할 당연한 의제인 지방균형발전, 지방분권의 문제도 실종된지 오래이다. 예컨대 박근혜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지역행복생활권’ 아젠다가 과연 지방의 미래와 부합하는지와 같은, 지방선거라면 반드시 언급해야 할 의제조차 논의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는 게임에 나선 ‘선수’가 아니라 그 게임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심판’이 모든 관심의 초점이 되는 이상한 게임으로 변해버렸다. 권투경기에 비유하자면 링에 오를 선수들의 체력이나 테크닉이 관중의 시선을 끄는 것이 아니라 ‘공천룰’이란 칼을 쥔 심판이 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형국이다. 링에 오를 선수에게 당신은 한쪽 손만 쓰라든가, 당신은 무릎 아래만 가격하라든가 하는 불공정한 ‘룰’을 제시한다면 게임의 승패는 심판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정치적 경험 덕분에 광주시민들은 ‘불공정한 것’도 왕왕 ‘공정한 옷’을 입고 등장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명백히 불공한 룰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표현되고, 분명히 특정세력이나 집단을 위한 룰인데도 ‘전체 광주시민의 뜻’으로 포장된다는 말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게 주어진 호남 광역단체장 ‘공천 룰’의 최종 정무적 판단은 계속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것은 위험신호이다.

어떤 룰이든지 가급적 일찍 결정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투명하다. 틀어쥐고 있으면 있을수록 불공정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의 촉박을 이유로 정말 중요한 사안들이 제대로 검토되지 못하고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우(愚)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우가 광주의 미래와 직결된 것이라면 시민들의 분노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서울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