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18대 대선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던 표가 어느 쪽으로 이동할 것인지 여부가 정치권 최대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민주당은 즉각 선대위원장단이 전원 사퇴하는 등 양 손을 벌려 ‘안철수’ 끌어안기에 나섰지만 정착 안 측의 반응은 ‘문재인’의 손길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안철수 측 관계자는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선거운동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안 후보 측과의 화학적 결합을 운운하며 내심 ‘공동유세’와 같은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했던 문재인 캠프 내부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심지어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확신하는 일부 민주당 사람들은 ‘싫으면 마라. 우리끼리 해도 이긴다’는 식의 위험한 발상을 은연중에 내비치기도 한다.

문재인 측과 안철수 측의 이러한 평행선은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균열’로 인식되고 있다.

균열의 속성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점점 커지는 데 있다. 우선 경쟁자인 새누리당이 이런 균열을 놓칠 리 없다.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26일 “안철수 전 후보의 쇄신안을 적극 보완하고 반영해 새정치 열망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문재인 후보에게 실망한 ‘안철수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겠지만, ‘문재인-안철수’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를 기대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잘못 꼬여간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감동적인’ 단일화를 기대했던 야권 지지자들의 바람과 달리 ‘문재인-안철수’가 이처럼 미적지근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사실, 그동안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생긴 두 사람간의 인간적 실망과 무관치 않다.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는 “TV토론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의 대북 정책을 놓고 ‘이명박 정부와 똑같은 것 아니냐’고 공격한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면서 “문 후보를 끝까지 배려하려던 안 후보 입장에선 ‘아니, 이명박 대통령과 똑같다면 왜 나랑 단일화를 하려고 하느냐’는 생각에 화가 났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안 전 후보에 대한 문 후보의 배신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직후 안철수 쪽에서 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이해찬-박지원’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정착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던 날 안 후보 측에서 ‘우리는 이해찬-박지원 퇴진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식의 반응을 내놓자 크게 화를 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 캠프 측의 관계자는 “안 캠프가 사실 사무실만 있을 뿐 선거를 치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준비는 안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안 후보 측은 선거전에 필수적인 유세차량 확보도 전혀 없는 등 선거 준비 자체가 매우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지적은 ▲안 캠프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이 무조건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것으로 오판했거나 ▲애당초 완주 의사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읽힌다.

요즘 언론에서는 ‘문재인-안철수 언제 만날까’, ‘안철수, 문재인을 적극 도울까’ 등등 그동안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정권교체를 위해 ‘대의’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많은 기사들이 등장하고 있다.대선 취재를 위해 전국 곳곳을 다니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문-안의 화학적 결합’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광주나 전남 뿐 아니라 경남 거제, 강원 강릉, 충북 충주 등 전국 어디에서도 들을 수 있는 광범위한 국민적 요구라는 사실이다.

이제 대통령 선거는 불과 19일 밖에 남지 않았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화학적 결합을 바라는 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서울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