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단일화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제고 대책 마련에 부심중인 민주통합당이 최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포함한 9명의 ‘친노’ 핵심 참모를 자진사퇴 형식으로 선대위에서 전격 퇴진시켰다.

민주당의 이러한 초강경 조치는 “문 후보 주변에 ‘친노인사’들이 여전히 포진하고 있어 흔쾌한 지지가 어렵다”는 호남권의 부정적 여론 등을 감안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문 후보는 같은 날 이례적으로 호남지역 국회의원들과 만찬 간담회를 갖고 자신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이날 문 후보는 “(오늘) 이른바 친노인사의 퇴진도 있었는데 고마운 일이다”며 “특히 호남의 지지도가 전국 판도에 영향을 주는 만큼 부족한 부분을 채워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요즘 민주당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호남의 차가운 민심에 화들짝 놀라고 있다. 문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은 시간만 나면 호남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 ‘노통’ 때의 호남 홀대 등을 반복해 사과하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 뿐 아니라 ‘원조 민주계’ 추미애 의원이 다음 주부터 호남 민심 투어에 나설 예정인 것 만 봐도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동원한다는 것이 호남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다.

호남을 향한 민주당의 적극적 구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안철수’ 때문이다. 안철수가 없었다면, 호남이 민주당에게 요즘 같은 대접(?)을 받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게 호남은 말 잘 듣는 ‘집토끼’에 불과했던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대통령선거를 취재하면서 느낀 결론 하나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문재인 후보의 지방분권과 지방균형발전 정책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문 후보의 그것은 타 후보에 비해 구체적이며, 후보 스스로의 추진 의지도 강력해 보인다.

또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시절 경쟁관계에 있었던 후보들조차 문 후보의 진정성, 학습속도 등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호남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지역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만한 이러한 문 후보의 뚜렷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있지만 유독 민주당의 ‘얼굴마담’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같은 당 황주홍 의원을 비롯한 쇄신파 의원들이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용단을 촉구하고 있을까? 실제 황 의원은 23일 ‘초선일지’를 통해 “정치 쇄신의 핵심이 인적 쇄신이고, 이 인적 쇄신의 정점에 이해찬-박지원 두 분이 있다. 이것은 개인적 호·불호의 문제, 집단적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다. 이 시점의 대선 길목에 가로놓인 최대 걸림돌의 문제이다. 민주당의 인적 쇄신은 이해찬-박지원 두 분의 퇴진에 의해서 완결된다”고 주장했다.

호남에서도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호남권의 한 중진 국회의원은 공개적으로 “요즘 박지원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의원이 누가 있나? L의원 1명밖에 더 있나?”고 반문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평소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서라면 문지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억울함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분노도 치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승적 차원에서 어떤 선택이 민주당과 지역을 구하는 길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